방송국마다 시청자를 위한다는 구실로 대대적인 가을철 프로그램 개편을 단행하고 요란하게 선전했다. 그런데 그 새단장이 정녕 시청자를 위한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늘 관심을 갖고 즐겨보던 토요일 아침프로그램이 있었다. SBS의 「사랑의 징검다리」였다. SBS가 상업방송의 이미지를 벗기 위해 개국과 함께 간판으로 내세운 프로그램이었는데 이번 개편에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장애인들은 「사랑의 징검다리」를 통해 사회속으로 융합할 수 있다고 믿었기에 장애인 대상인 이 프로그램을 열렬히 지지했었다. 그 여세를 놓칠세라 SBS는 93년 연중캠페인을 「장애인을 가족처럼」으로 정하여 우리나라 장애인복지를 떠맡겠다는 자세를 보였다. 4백만 장애인들은 열광했고 그 여파로 93년 한국방송 대상의 영광을 안기도 했다. 그때 SBS는 『장애인이 있는 한 사랑의 징검다리는 계속 방송되며 장애인과 고락을 나누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SBS는 방송대상을 수상하자마자 돌변했다. 제작을 프로덕션으로 넘기더니 이제는 아예 프로자체를 없애버렸다. 범국민적으로 「장애인 먼저」 운동이 벌어지고 있는데 오히려 「장애인을 가족처럼」이라고 부르짖던 SBS는 장애인을 외면해 실망이 크다. 방 귀 희(한국장애인문인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