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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캠페인/도로표지판]필요할땐 없는 「골탕표지판」

입력 | 1996-10-27 21:35:00


「특별취재팀〓許文明기자」 지난 여름 설악산으로 휴가를 다녀온 李俊牟씨(38·회사원)는 교통표지판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그는 홍천부근에서 잘못된 표지판 때문에 밤길을 헤맸다. 국도로 들어서 홍천방향으로 표시된 이정표대로 한참 가다 보니 갑자기 반대 방향인 횡성 표지판이 나타났다. 잘못 들어섰나 싶어 다시 오던 길을 되돌아갔으나 아무리 지도를 펴놓고 들여다봐도 다른 길이 없었다. 결국 횡성표지판 앞으로 다시 되돌아왔다. 밑지는 셈치고 20여분을 그대로 달리다보니 그제서야 홍천 횡성을 양 갈래로 표시한 표지판이 나왔다. 돌아오는 길도 마찬가지였다. 올초 제주도로 신혼여행을 다녀왔던 張賢哲씨(30)는 당초 렌터카로 제주시내를 구경할 생각이었는데 차를 빌린지 하루만에 포기하고 말았다. 지도를 따라 도로를 달리다보면 엉뚱하게 다른 지역을 표시한 표지판이 서있었다. 곁길로 들어서야 하는데 어디에서 차선을 바꿔 진입해야 할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이들 부부는 결국 택시를 전세내야 했다. 지난해말 제주 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제주를 찾은 관광객 10명 가운데 6명이 안내표지 내용 불충분, 안내 표지판미비 등 도로표지판 잘못으로 길을 잃었다고 대답했다. 잘못된 표지판만 있는게 아니다. 아예 보이지도 않는 곳에 표지판이 서있어 실소를 자아내게 하는 경우도 있고 그나마 제대로 서있는 표지판조차도 가로수에 가려 제구실을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서울 한강대교옆에서 강변도로로 빠지는 우회고가도로 앞에는 「동작대교 이촌동」이라는 표지판이 붙어있다. 그러나 사전에 예고 표지판이 전혀없이 고가입구에만 표지판이 붙어있기 때문에 길을 아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미리부터 차선을 바꿔 동작대교를 타는 사람은 거의 없다. 글씨가 작은데다 밤에는 잘 보이지도 않는다. 미국 일본 등 교통선진국은 표지판만 따라가면 길을 잃을 염려가 없다.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우리나라 교통 표지판의 문제점은 대략 세가지. 우선 일관성이 없다. 표지판에 원거리와 근거리를 함께 표시해줘야 하는데 일관성없이 지명이 들쭉날쭉한다. 도로교통안전협회 林平南 부원장은 『현행 도로안내 표지판이 시군구 도로과에서 지방자치단체별로 설치하고 있어 다 제각각』이라며 『상호협조를 하거나 통합관리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두번째는 지명선정에 전문성이 부족하다. 도로이용자 교통관계 전문가 교통경찰관 등 다양한 의견이 수렴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설치 담당자가 책상머리앞에 앉아 주먹구구식으로 선정한다. 이때문에 정작 있어야할 곳, 알려야 할 곳에는 표지판이 없고 쓸데없는 곳에 불필요한 지명이 표시된 표지판이 많다. 세번째는 잘 안보인다는 점. 한 교통문제 전문가는 『한글은 영어나 일본어와 달리 획이 들어가있는 문자여서 표지판이 더 커야한다』며 『차로는 갈수록 넓어지고 차량 속도로 빨라지는 추세를 감안, 글자 한개가 현 20㎝에서 최소한 30㎝는 돼야하고 표지판 크기도 지금보다 30∼40%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야간에는 표지판에 반사지를 깔아야 하는데 이역시 예산부족으로 낡은 표지판을 철거하고 새로 설치하는 경우에만 하고 있다. 교통전문가들은 우리나라 표지판(6만3천여개)의 절반가량은 가로수방해나 야간반사 부족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한글밑에 쓰여있는 영문표지판은 한글크기의 절반정도여서 달리는 차안에서 거의 볼 수 없다. 건설교통부 도로관리과 文貞植 사무관은 『우리나라 표지판은 방향표지를 비롯, 경계 주의 규제표지 등 1백20종에 달하고 관리하는 곳만도 각 지방자치단체 경찰 내무부 등으로 나눠져 있다』며 『표지판 지명을 선정하거나 설치할때 부처간 상호협의가 원활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