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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자 노트]자식중독증

입력 | 1996-10-29 20:21:00


보름 앞으로 다가온 대입수능시험을 앞두고 당사자인 수험생도 그렇겠지만 요즘 고3 엄마들은 살얼음위를 걷듯 초조하기만 하다. 아이가 찌푸리면 따라 마음졸이고 표정이 환해지면 덩달아 즐거워하는 선배주부의 얘기를 들을 때면 젊은 엄마들도 왠지 남의 일같지 않고 심란하다. 최근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초등학생의 숫자는 지난 70년 5백74만9천명인데 비해 올해는 3백30만명으로 줄어들고 같은 기간 고등교육기관의 재학생은 12배이상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낮은 출산율 덕분에 2000년이후에는 대학입학이 지금보다 쉬울 것으로 예상되는 것이 그나마 다행스럽다. 갈수록 대학문이 넓어지는 점을 고려하면 초등학교 1학년생인 우리 아이가 자라면 혹시 「제발 우리 학교로 와달라」고 호소하는 대입박람회가 열리지 않을까 공상해 보지만 현실로 돌아오면 마냥 느긋할 수가 없다. 「내 아이는 최고」라는 자기최면에 걸린 동세대 엄마의 교육열이 어느때보다 뜨겁기 때문이다. 더욱이 성적만 웬만하면 엄마로서 자부심을 세웠던 옛날과 달리 학업은 물론 예능 스포츠에 외국어 하나씩은 기본으로 마스터해야 한다는 게 상당수 엄마들의 신념이다. 아예 엄마들은 유아시절부터 집중적인 스케줄 관리를 시작하고 일찍 귀가하는 남편마저 자녀교육에 방해된다며 성가셔하는 경우도 봤다. 아이에게 들어가는 사교육비가 생활비에서 가장 큰 몫을 차지하는 것이 흔한 풍경이고 오죽하면 이를 감당할 수 없어 자살하는 주부가 나오는 세상이다. 이렇게 자식을 우상처럼 떠받들며 사는 엄마의 교육열이 올바른 사랑법일까. 「아이중독증」의 일그러진 모습은 아닐까.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 한구절을 다시 읽으며 그 해답을 곰곰 생각해보고 싶다. 「당신의 자녀들은 당신의 것이 아닙니다/그들은 생명의 아들이고 딸입니다/그들은 당신을 통하여 왔으나 당신으로부터 온 것이 아닙니다/또한 당신과 함께 있으나 당신의 것은 아닙니다/…/당신이 그들처럼 되고자 해도 좋으나 그들을 당신처럼 만들고자 하지는 마십시오/왜냐하면 인생은 과거로 가는 것이 아니며/어제에 머무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고 미 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