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劉潤鐘 기자」 첼리스트겸 지휘자인 로스트로포비치는 장한나의 연주를 듣고 「눈을 감고 들으면 25세 성인연주자와 같다」고 평한 적이 있다. 장한나가 생상스의 첼로협주곡 1번 등을 연주한 음반이 국내 클래식 음반시장에서 베스트셀러로 기록되고 있는 가운데 비운의 첼리스트 자클린 뒤 프레(73년 복합경화증으로 은퇴)가 연주한 생상스와 슈만의 첼로협주곡집이 EMI그랜드마스터 시리즈로 선을 보였다. 뒤 프레의 연주는 68년 23세때 한 것. 실제 나이의 격차는 있지만 로스트로포비치의 말에 따르면 두 여성연주자의 연주는 충분히 비교의 대상이 되는 셈이다. 생상스의 첼로협주곡은 시원하게 빠진 선율보다 굵직한 내면의 표현이 많아 끈질긴 힘을 요구하는 난곡. 장한나가 연주한 생상스는 기획단계부터 그의 연륜에 비해 과감한 도전이라는 평을 들었다. 그러나 장한나는 예쁘장한 곡들의 연주에만 머무르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듯 대담한 의욕으로 생상스의 어려운 곡에 도전하고 있다. 다소 느릿한 템포로 착실하게 악보를 반영, 단정함이 내비치는 연주이다. 반면 뒤 프레의 연주는 한창 그의 실력이 농익었던 시점의 산물인 만큼 확고한 자기주장 위에서 출발하고 있다. 전환이 필요한 부분마다 템포를 당겼다 늦춰 부분마다 듣는 이의 의표를 찌르는 과감한 표현이 일품이다. 특히 3악장 종결부로 치닫는 고조의 설계는 뛰어나다. 한편 EMI코리아는 뒤 프레의 연주 등이 포함된 그랜드마스터 시리즈의 가격을 20%정도 인하했다. 이중 두장의 결합CD로 발매된 앨범은 한장의 가격으로 판매된다. 아날로그 시대의 명연을 뛰어난 음질로 복각한 그랜드마스터 시리즈는 연말까지 2백종의 음반이 발매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