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英伊기자」 가죽의류 전문수출업체인 기원물산의 金基滿사장(53)에게는 90년대 초반이 아직도 악몽같다. 중국에서 싼 제품을 내놓자 오랫동안 거래해오던 바이어들이 갑자기 주문을 끊기 시작한 것. 90년까지 연간 1천7백만달러수준을 유지해오던 수출이 91년에는 1천만달러수준으로 떨어졌다. 적자도 5백만달러나 됐다. 『74년 재봉틀 3대로 시작한 영세업체가 자산규모 20여억원, 연간 매출 1천7백만달러까지 된 것은 모두 창업때부터 생사고락을 같이 해온 사원들의 덕분이었지요』 중국으로 생산거점을 옮기자니 인건비는 싸지만 기술력을 믿을 수 없어 불안했다. 더구나 회사를 함께 키워온 사원 1백10명의 생계가 큰 걱정이었다. 결국 중국제품과 차별화하는 길밖에 없었다. 인건비가 비싼 대신 섬세한 사원들의 봉제기술을 살려 고가품을 만들면 된다는데 착안했다. 그가 선택한 원자재는 돼지가죽. 당시 돼지가죽 의류는 한벌에 15∼16달러의 생산비용을 들이면 70∼80달러에 팔리는 것이 보통이었다. 한벌에 20∼30조각으로 만들던 것을 2백여개의 정교한 조각으로 만들면 생산비용은 50∼60달러가 들더라도 1백40∼1백50달러까지 받을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그러나 옷의 무게가 문제였다. 조각이 많을수록 무게가 늘어나기 때문. 첨단기술의 재봉틀을 도입하고 사원에게 기술교육을 거듭한 끝에 한벌의 무게를 2㎏에서 1㎏으로 줄이는데 성공, 현재 세계 두번째가는 기술력을 자랑하고 있다. 그는 또 최소한 1백벌 이상일 때만 주문을 소화할 수 있는 중국 업체들과는 달리 단 10벌이라도 처리하는 「다품종소량생산」에 주력하는 한편 불량률을 1%미만으로 낮추는 것을 차별화의 전략으로 삼고 있다. 사원 1백60명중 20명 정도가 창업사원인 기원물산은 95년부터 회복세로 돌아서 올해의 경우 90년의 1천7백만달러 수준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모두들 중국으로 떠나버려 국내에 남아있는 피혁의류 중소기업으로는 최대 규모다. 『더이상 외형 늘리기에는 집착하지 않습니다. 소량이라도 고품질 상품을 만들어 제값받기로 승부를 걸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