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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반달곰 밀렵…인간의 잔인함은 끝이 없는가

입력 | 1996-11-03 20:35:00


「곰 가재 뒤지듯」이란 속담은 남의 속타는 줄 모르고 한껏 게으름을 피우는 것을 핀잔하는 말이다. 둔하고 미련해 제가 저를 해치는 짓을 할 때는 「곰 창날 받듯 한다」고 한다.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엉뚱한 사람이 먹는다고 비유한 속담도 곰의 우직한 면을 나타낸 말이다. 그러면서도 곰은 우리 민족에게 상서롭고 인정 많은 동물로 인식돼 왔다 ▼단군신화에 나오는 곰은 인내심 강하고 이루고자 하는 일은 끝내 해내는 동물이다. 인간이 되기 위해 쑥과 마늘을 먹고 동굴속에서 21일을 견딘 뒤 여인으로 변해 환웅(桓雄)과 혼인, 단군을 낳았다고 했으니 신화대로라면 민족의 국모(國母)인 셈이다. 단군신화에 등장하는 또 하나의 동물 호랑이도 우리 민족이 신성시해온 동물이다. 호랑이는 흔히 산신령의 이미지로 상징돼 왔다 ▼그 곰과 호랑이가 멸종됐거나 멸종 위기에 있다. 환경부는 지난 4월 남한에는 호랑이가 없다고 공식 보고했고, 반달곰은 지리산 서남쪽 일대에 5∼10마리가 서식하고 있을 뿐이라며 지난 8월 천연기념물로 지정했다. 이 소식이 살아남은 반달곰들에게 치명적이 될줄은 아무도 짐작 못했다. 밀렵꾼들이 너도 나도 지리산으로 몰려 반달곰 이동통로에 올가미와 사제폭탄을 설치한 것이다 ▼곰 한마리 밀거래 가격이 무려 억대에 이른다는 것은 만병통치약쯤으로 과장된 웅담의 신비에 대해 어느만큼 맹신이 극성인가를 보여준다. 밀렵꾼들은 죽을 때 고통이 심할수록 쓸개가 최대한 팽창한다는 속설에 따라 곰이 가장 고통스럽게 죽도록 올가미를 만든다고 한다. 살아 있는 사육곰을 쇠사슬로 묶어놓고 쓸개즙을 빼먹는 사람들이니 무슨 짓을 못할까만 인간의 잔인함은 끝이 없는 것 같다. 비단 반달곰만이 아니다. 동물과 함께 살줄 모르는 사람은 사람과도 함께 살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