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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치안 死角지대를 없애라

입력 | 1996-11-04 20:30:00


가장 기본적인 국가의 책무는 두말할 필요 없이 치안유지다. 우리 사회는 그동안 비교적 치안상태가 좋은 것으로 치부해 왔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치안의 사각(死角)지대가 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것은 무엇보다 경찰이 있어야 할 곳에 없고, 있어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곳이 많은 탓이다. 대표적 치안사각지대의 하나가 경기 화성군의 부녀자 연쇄살인 현장이다. 10년전인 86년9월 제1차 범행이 있은 뒤 이번 20대 여인 피살사건까지 이곳에서 무려 11명이 희생됐다. 성도착(性倒錯)병자의 소행일 것이라는 추측외엔 지금까지 범인의 윤곽조차 잡지 못한 상태다. 연인원 30만명의 수사력이 동원된 결과가 이러니 어이가 없다. 경찰은 현장 부근에 2백여개의 방범초소를 운영해 왔으나 이번 사건은 경찰을 비웃듯 초소에서 불과 수백m 떨어진 곳에서 발생했다. 그 초소에 지키는 사람이 있었는지도 의문이다. 이곳 주민들에게 이제 경찰은 있으나 마나 한 존재가 돼 버렸다. 국가로부터 최소한의 보호도 받지 못하는 버려진 지역이 된 것이다. 시골의 외딴 곳만이 아니다. 서울 등 대도시에도 밤만 되면 무법지대로 변하는 곳이 도처에 있다. 유흥가와 건설현장주변 공원 지하철역 골목길 등 무서운 곳이 너무 많다. 심야에 대전 도심에서 차량통행문제로 시비끝에 벌인 살인극은 치안부재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생명 신체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더 이상 사람 살 곳이 아니다. 우리의 밤시간을 폭력배와 흉악범들에게 빼앗기지 않으려면 스스로 조심하는 외에 경찰이 제몫을 해줘야 한다. 어두운 곳에 가로등을 많이 설치하고 주민 순찰대를 활발히 운영하는 것도 범죄예방의 좋은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