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璟達 기자」 『모든 국민이 뇌물과 선물을 구별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최근 「한국사회의 도덕개혁」(철학과 현실사 간)을 펴낸 연세대 철학과 金亨哲교수(41)가 우리사회가 선진화되기 위한 선결과제로 우리사회의 도덕의식 개혁을 주장하면서 우선적 과제로 뇌물척결을 내세웠다. 자칫 「공자말씀」으로 흘려듣기 쉬운 金교수의 주장은 李養鎬전국방장관수뢰사건과 공무원의 뇌물수수 파문을 일으킨 서울 시내버스 비리사건 등 최근 잇달아 터진 「검은 돈」을 둘러싼 사건들로 온 국민이 분노하고 실망하던 터라 새삼스럽다. 그렇다면 뇌물과 선물의 경계선은 뭘까. 『특별한 잣대는 따로 없지만 받는 사람이 부담없이 기쁘게 받을 수 있다면 선물이겠죠. 그러나 각 개인이 스스로 가슴에 손을 얹고 가만히 생각해보면 금세 알 수 있는 문제라고 봅니다』 그는 미국에선 연방공무원들을 대상으로 1백80달러(약15만원)이상의 금전을 받으면 처벌한다는 성문화된 지침이 있는데 우리도 참고해 볼 만하다고 덧붙였다. 『국민소득 1만달러시대 혹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이 상징하듯 경제적 여건은 선진화되고 있지만 아직 사회적 도덕성은 낙후돼 있다』는 게 金교수의 현실진단이다. 金교수는 뇌물척결과 함께 공정한 경쟁, 자원재활용 적극추진, 경제성장 열매의 고른 분배 등을 통해 선진화된 사회를 건설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현실적 논의들과 함께 책에서 롤스와 고티에 등이 주장한 자유주의와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외친 벤담의 공리주의 등을 이론적 배경으로 함께 소개한 金교수는 『결국 「절차적 정의의 확립」이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절차적 정의」는 저서 「사회정의론」으로 유명한 자유주의 철학자 존 롤스가 설명한 개념으로 공정한 절차에 따라 분배도 정의롭게 이뤄짐을 의미한다. 金교수는 또 이러한 절차적 정의의 확립을 위해선 정부 및 공인의 도덕성 회복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金교수는 『정부는 한꺼번에 모든 비리를 다 없애려 하기보다 어떤 사건 하나라도 철저하고 엄정하게 끝까지 파헤쳐 처벌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며 파급효과도 훨씬 클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