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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장학금은 어려운 학생에게

입력 | 1996-11-06 20:48:00


장학금은 성적이 우수하고 품행이 단정해 타의 모범이 되는 극소수의 학생에게 주어지는 영예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시대가 변한만큼 이젠 장학금에 대한 우리의 인식도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장학금은 원칙적으로 가정형편이 어려워 학비와 생활비 보조가 꼭 필요한 학생들에게 주어져야 바람직하다. 그래야 형평에도 맞다. 능력과 의지만 갖고 있다면 누구나 원하는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사회가 바로 선진국이기 때문이다. 가정형편을 고려하지 않고 성적이 남보다 낫다 해서 장학금을 수여하는데는 문제가 있다. 우선 공부란 남이 아닌 자신을 위해서 하는 것이다. 둘째로 공부를 잘하는 학생은 교사나 동료 및 사회로부터 인정을 받게 되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보상이 된다. 셋째로 진학이나 취직에서도 성취해 놓은 우수한 성적은 높은 평가를 받게 마련이다. 따라서 경제적으로 도움이 필요없다면 장학금을 받을 이유가 없다. 성적이 우수하고 품행이 단정해 모범이 된다면 상을 주어 칭찬해주는 게 바람직하다. 정작 장학금이 필요한 학생에게 혜택이 주어져야 옳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집안형편보다는 성적을 위주로 장학금을 조금씩 많은 학생들에게 배분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집안형편을 가려내기 어려우니 성적순이 편리한 기준이기는 하겠다. 또 학생회 간부라고 무조건 장학금 혜택을 받는 것도 설득력이 없다. 굳이 합리적인 이유를 찾는다면 학교를 위해 봉사하기 때문이라 하겠다. 하지만 그로 인해 주어지는 지도자로서의 경험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정도로 귀중한 가치를 지니므로 봉사노력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하겠다. 요즘처럼 장학금이 흔해지고 절실하지 않은데도 거저 주니까 「공돈」으로 인식하는 경향마저 짙다. 뿐만 아니라 공부를 잘하거나 학생회 간부가 되면 장학금을 받는 게 당연한 권리처럼 생각하는 학생들도 있는 것 같다. 불로소득이 사회의 과소비 풍조를 낳듯 공돈으로 변한 장학금이 소중하게 생각될리 없다. 오히려 교육에 해를 끼치고 있지는 않은지. 장학금은 가정형편이 어려워 경제적 도움이 꼭 필요한 학생들에게만 수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 장학금을 기증하는 독지가나 이를 관리하는 학교당국이나 이 기회에 한번쯤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혜택을 받는 학생들도 장학금이 결코 공돈으로 주어지는 게 아니라 언젠가는 사회에 나가 갚아야 할 빚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