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次洙 기자」 「아이는 지금 애벌레처럼 한 허물을 벗었다. 자폐증 진단을 받은 후 지나온 3년반의 세월은 어쩌면 아이가 껍질을 깨고 나온 것이 아니라 내가 거듭나고자 치른 고행의 시간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자폐아인 둘째아들을 정상아로 키우기까지의 고난과 체험을 담은 에세이 「혼자 서는 너 둘이 가는 사랑」(동아일보사 간)을 펴낸 시인 유영아씨가 서문에서 밝힌 현재의 심정이다. 유씨의 둘째아들이 자폐아 진단을 받은 것은 생후 34개월째인 지난 92년. 마침 연수중인 남편을 따라 미국에 머물고 있던 유씨는 아이가 18개월이 지나도 말을 못할 뿐아니라 엄마와 눈을 맞추는 것조차 거부하는 것을 보고 놀라 병원을 찾았다. 10개월간의 정밀검사 끝에 내려진 것이 바로 청천벽력같은 자폐아 진단이었다는 것. 유씨의 고뇌와 상상을 초월하는 노력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자폐증에 관한 책을 닥치는대로 찾아읽고 자폐아 조기교육기관을 찾아 나섰다. 그러나 아직 의학계에서조차 자폐증의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데다 확립된 치료법도 없다는 사실을 알고는 절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유씨는 털어놓았다. 유씨는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직접 치료에 나섰다. 특히 아이가 자폐아라는 것을 부끄러워하거나 숨기지 않았다. 『엄마의 사랑을 느낄 수 있도록 기회만 있으면 꼭 안아 주었다. 자폐아 치료에 물놀이가 좋다는 얘기를 듣고 수영장을 찾았고 구슬로 숫자개념을 알려주기 위해 더하기 빼기를 반복했다. 또 자연을 통해 단어를 가르치기로 작정하고 매주말 동물원 등 야외로 돌아다녔다. 집앞 잔디밭에 장미꽃을 심어 계절변화를 알려주고 집안에서 카나리아를 키우면서 부화하는 장면을 보여주었다』 이같은 노력을 기울인지 몇개월만에 아이는 자기가 필요한 단어 몇개를 말하기 시작했고 2년후에는 감정이 섞인 목소리로 『엄마』를 부를 정도로 발전됐다는 것. 이제 일곱살이 된 아이가 일반유치원을 다닐 정도로 정상아에 가까워진 모습을 보면 유씨는 그동안의 시련에 오히려 감사하는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유씨는 지난날을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절로 난다고 말했다. 버스안에서 아이가 괴성을 지르는 바람에 아이 버릇조차 못가르치는 형편없는 엄마로 손가락질을 받았을 때의 절망감, 처음 수영장에 갔을 때 아이가 울어대는 바람에 다른 사람들의 핀잔을 받고 한없이 울었던 일, 편식치료를 위해 두시간동안 독방에 갇혀 울부짖는 아이를 지켜보면서 가슴 졸이던 일 등…. 특히 아이가 구슬이 목에 걸려 숨을 제대로 못쉬는 것을 보고 『만약 이 구슬을 빼내지 않는다면…』라는 생각과 함께 순간적인 살의(殺意)를 느낀 적도 있다고 고백했다. 유씨는 『나의 경험이 자폐아 부모들에게 환상을 심어주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수많은 부모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어서 책을 썼다』고 말했다. 유씨의 체험은 장애아를 둔 부모들 뿐아니라 정상적인 아이들이 제대로 자라지 않는다고 지쳐있는 부모들에게도 많은 것을 전해주는 사랑의 메시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