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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수필]『할머니 저희가 모실게요』

입력 | 1996-11-06 20:48:00


일요일 광양에 있는 백운산을 찾았다. 해발 1천2백18m. 장차 해병대사령관 육군대장이 꿈이라는 아홉살 일곱살 두 아들의 심신단련을 위한 극기훈련의 하나로 시간이 허락하는 주말이면 늘 등산을 한다. 둘째 녀석이 힘들다면 육군대장감이 뭐 그러냐고 격려하며 다섯시간여만에 정상에 우뚝 섰다. 어렵게 도착한 성취감으로 두 녀석들은 손나팔을 만들어 하늘을 향해 『야호』를 외친다. 며칠전 남편이 털어놨다. 시골 가을걷이도 웬만큼 끝났으니 올겨울엔 할머니를 모시자고. 시부모님과 시골에 사시는 할머니는 손주 손주며느리인 우리 부부를 끔찍이도 사랑하신다. 아흔이 다되신 연세에도 심고 김매고 가꾸는 농사일을 쉬지 않고 거드신다. 2주전에 갔을 때 늙은 호박 검정콩 콩나물콩 참깨 참기름 등을 보퉁이 보퉁이 싸주셨다. 손수 가꾸신 땀의 열매를 더 많이 주시지 못해 애쓰셨다. 그러나 할머니의 사랑에 우리는 인색할 정도의 용돈으로 대신했을 뿐 진정 할머니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체 했다. 할머니는 우리와 함께 살고싶어 하신다. 내자식이 원하는 것이라면 물불 안가리면서 살아오신 날보다 살아계실 날이 훨씬 적은 할머니의 방 하나쯤 내어드리는데 왜 이렇게 인색했을까. 크고 작은 산들이 서로서로 어우러진 모습은 늙음과 젊음이 손을 잡은듯 아름답게 보인다. 올겨울엔 우리도 할머니를 모시고 훈훈하게 지내야겠다. 할머니, 다음주에 모시러 갈게요. 현 미 자(전남 여수시 둔덕동 중앙하이츠아파트 3동 50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