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申鉉薰기자」 치앙마이의 아침은 두번 찾아 온다. 하나는 극락정토의 「불가적 아침」이요 다른 하나는 속세의 시끌벅적한 「평상적 아침」이다.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새벽 5시. 란나왕국의 전통을 간직한 고산도시 치앙마이는 「황색바람」으로 불가적 아침의 문을 열었다. 황색바람이란 짙은 황토색 가사를 두르고 맨발로 무리 지어 시내로 나온 탁발승과 그들에게 음식을 희사하는 시민들로 뒤엉킨 새벽녘의 「조용한 소요」. 이른 시각이었지만 주택가와 상가 거리거리에는 탁발승과 시민들로 장사진을 이룬다. 탁발승보다 오히려 음식을 주려는 사람들이 적극적이다. 길목에서 기다리다가 승려들이 다가오면 서로 앞을 다투어 음식을 건넨다. 음식물은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따뜻한 쌀밥과 반찬 과일 야채. 그러나 이런 흐뭇한 순간에도 음식을 희사받은 승려나 희사 한 사람들 모두에게서 별다른 표정을 찾을 수 없었다. 고맙다는 인사도, 그런 의미의 독경도 없었다. 오히려 희사한 사람들이 고마워하는 듯했다. 태국에서 탁발이 보편화된 것은 절에서 음식을 조리하지 않는 제도 때문. 승려는 누구나 하루에 한번 탁발을 해야 한다. 그런 승려들을 위해 매일 새벽 음식과 향 연꽃을 준비해 희사하는 불자들. 그 깊은 불심이 벅찬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치앙마이를 여행하다 보면 그 불심이 얼마나 깊은지를 새록새록 느끼게 된다. 우리의 국방의무처럼 일정 기간 승려가 돼야 하는 제도를 둘 정도로 불심이 깊은 나라라는 점을 염두에 두더라도 그렇다. 주민 20만명중 97%가 불교신자고 수원만한 도시에 3백개의 절이 있다는 통계도 그중 하나. 또 치앙마이 시내에만 1만개가 넘는 불상이 있고 그만한 수만큼의 승려가 있다는 것도 놀랍다. 탁발의 아침은 곧 불가의 극락정토를 꿈꾸게 한다.그런 고아한 불가적 아침은 탁발승과 함께 7시경이면 끝난다. 그러면 치앙마이는 다시 현세로 돌아와 등교길 학생과 출근길 시민들로 번잡스러운 평상을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