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李賢斗기자」 수원 삼성의 이기형. 그의 트레이드마크는 대포알같은 중거리 슛이다. 그는 올림픽대표 당시 상대팀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중거리 슛으로 공격의 물꼬를 트며 공격수 못지 않게 골을 잡아내 비쇼베츠감독의 두터운 신임을 받았었다. 그의 중거리 슛은 9일 울산에서 열린 96라피도컵 프로축구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도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하며 수원에 귀중한 첫승을 안겨줬다. 유상철 신홍기 등 국가대표 주전 수비수들이 포진한 울산 현대는 이날 전반 강력한 밀집수비진용을 짜고 수원의 공격예봉을 무디게 하는 전략으로 나섰다. 이는 전반전에 수원 공격진의 힘을 뺀 뒤 후반전에 승부수를 띄운다는 복안에서 나온 작전이었다. 그러나 울산의 이같은 전략은 이기형의 장거리 미사일포 한방에 맥없이 무너져 버렸다. 울산의 수비수들은 전반 초반까지만해도 이기형쪽으로 볼이 갈때마다 몸을 내던지는 육탄수비로 이기형의 슛을 원천봉쇄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전반 21분 울산 수비수들이 잠시 방심하는 사이 이기형은 특유의 대포알같은 중거리포를 터뜨렸고 볼은 그라운드를 스치듯이 울산의 골문안으로 날아갔다. 당황한 울산의 GK 김병지가 몸을 날리며 가까스로 쳐내기는 했으나 달려들던 조현두의 두번째 슛에 결국 울산의 골문은 열리고 말았다. 이기형이 지난 9월 박종환감독에 의해 처음 국가대표로 발탁된 것도 바로 그의 위력적인 중거리 슛때문. 그는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주전으로 나선 지난 9월의 한중 국가대표정기전에서 중거리 슛으로 한골을 잡아냄으로써 올림픽대표팀에 이어 국가대표팀에서도 주전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울산이 오는 16일의 2차전에서도 1차전처럼 이기형의 중거리 슛을 차단하지 못한다면 힘든 경기를 펼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