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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구잡이 복개『하천이 죽어간다』…환경단체 반대운동 전개

입력 | 1996-11-10 20:25:00


「高眞夏기자」 하천이 오염됐다고 해서 콘크리트로 덮어버리고 도로나 주차장을 만드는 행위는 환경적으로 많은 문제를 일으키므로 재고해야 한다는 시민운동이 최근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다. 서울YMCA 「환경을 생각하는 교사모임」 녹색서울시민위원회 등은 하천탐사활동을 통해 하천 복개의 문제점을 알리고 있다. 환경과공해연구회 관악청년회 서울대총학생회 등도 도로확장을 위해 서울시가 착수한 도림천복개 반대운동을 펴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50년대 청계천복개를 시작으로 현재 한강을 제외한 34개지천 총길이 2백37㎞중 28%인 67㎞가 복개돼 도로나 주차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청계 봉원 면목 월곡 녹번 시흥천 등은 100%, 봉천 화계 가오천 등은 80%이상 복개된 상태다. 더욱이 민선자치시대에 접어들어 자치구들이 돈 안들이고 손쉽게 도로 등 공공시설을 확충할 수 있는 하천복개를 앞다퉈 계획하고 있어 하천복개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 李相湖책임연구원은 『여름에 비가 집중되고 도시가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뒤덮이면서 하천이 메마르거나 오폐수가 흐르는 하수로로 전락함으로써 하천은 시민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복개는 악취도 없애고 다양한 토지이용이 가능한 매력적인 대안으로 애용돼왔다. 공공부지라 토지보상비가 들지 않는 점도 복개를 촉진했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현재 서울시내 도로확충의 50%이상이 이런 방법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하천복개는 겉으로 드러나는 편익못지 않게 심각하고 다양한 환경문제를 유발한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하수구를 통해 흘러나온 오폐수를 모아 처리장으로 보내는 차집관로의 정비 부진으로 대부분의 복개천이 아예 하수구로 사용되고 있다. 복개는 또 햇빛과 바람을 차단해 하천에 생물이 살 수 없게 되고 하천의 자정능력을 빼앗아 하천을 죽음에 이르게 한다. 서울대정문옆에서 관악산입구 주차장에 이르는 도림천 복개구간. 버들치 등 수생생물은 간혹 보이지만 식물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상류의 맑은 물과 달리 복개구간에는 이끼 낀 검녹색의 물이 흐른다. 홍제천 유진상가 복개구간에서도 역시 식물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 구간에는 실지렁이 등 오염에 강한 생물종만 살아남았을 뿐이다. 물은 밑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검갈색을 띠고 있다. 반면 평창동 홍제천 상류지역에는 하천 고유의 다양한 식생과 수생생물, 새종류가 서식하고 있어 뚜렷한 대조를 나타낸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복개는 하천을 볼 수 있는 기회와 하천을 살릴 수 있는 기회를 영영 없애버린다는 점에서 치명적이다. 서울YMCA 朴興喆간사는 『복개는 병든 사람을 고치려고 하지 않고 죽었다고 판정해 버리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더이상의 복개는 규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시정개발연구원 李책임연구원도 『당장 먹기는 곶감이 달다는 옛말처럼 지금까지는 눈앞의 편리를 추구해왔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집 주변에 개울이 흐르고 나무가 자라고 새가 우는 환경이 삶의 질이 중시되는 미래에는 더욱 절실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은 특별조례를 제정, 더 이상의 복개를 금지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또 교통에 지장을 덜 주는 구간부터 복개천을 열고 수질을 개선하는 복원문제를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