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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트라이트]「일보후퇴…」 펴낸 군인아내 신복순씨

입력 | 1996-11-10 20:26:00


「尹景恩기자」 경기 의왕시 내손동에 사는 주부 신복순씨(41)네 집에서는 몇년동안 저녁 식탁에서 갖가지 전략이야기가 끊이지 않았다. 해군중령인 남편 김기철씨(43)가 평소 읽어둔 중국고전과 전략서의 내용을 두 아들에게 한토막씩 쉽게 풀어놓았던 것. 이제 중학생이 된 두 아들은 아버지가 운을 떼기만 해도 뒷얘기를 줄줄 외울 정도가 됐다. 무심코 듣던 남편의 이야기가 그냥 흘려듣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든 신씨는 2년전부터 메모를 시작했다. 남편이 대전으로 근무지를 옮겨 주말부부 생활을 하게 된 뒤에도 주말마다 올라오는 남편을 졸라 더 자세한 전략공부를 했다. 무식하다고 구박을 하면서도 남편은 여러 책과 자료를 찾아주었다. 함께 등산을 하는 도중에도 모르는 것을 계속 물어보면서 메모를 했다. 나중에는 남편이 교육 받으며 필기했던 것까지 넘겨주었다. 『전략은 인간본성에 대한 이해로부터 출발하기 때문에 기업이나 국가조직보다는 일상생활에서 더욱 필요한 학문이죠. 알기 쉽고 체계적인 전략이야기를 책으로 펴내면 사람들에게 인생살이의 지침이 되리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신씨는 그 뒤 「도덕경」 「손자병법」 「사기」 등의 중국고전과 「세계전쟁사」 등 서양전략서들을 열심히 뒤적이고 메모를 참고하면서 매일 오전 2,3시까지 컴퓨터 자판과 씨름했다. 남편이 고치고 간 글을 다시 살짝 고쳐놓기를 수십번 되풀이한 끝에 지난달 나온 책이 「일보후퇴 십보전진」(도서출판 청맥 간). 「자신의 목표를 위해 참을 줄 알라」 「사람들을 많이 모을수록 좋다」 「말을 함부로 하지 말라」 「적을 스스로 무너지게 하라」는 등의 82가지 인생전략을 짤막한 이야기들과 함께 정리했다. 『전략이라 하면 흔히 「손자병법」식 전술을 떠올리는데 제 책의 주된 사상은 노자의 무위자연설입니다. 딱딱한 것은 부러지게 마련이죠. 불공평한 세상에 대해 불평하지 말고 목표를 설정해 열심히 노력하라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당분간은 2년전부터 해온 일어공부에만 전념하고 싶다는 신씨. 요즘 아버지 직업을 별로 안좋게 생각하던 아이들에게 군인아버지 덕에 책을 냈다고 자랑할 수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 큰 보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