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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내전은 돈벌이때문』…英IISS 「전략문제논평」

입력 | 1996-11-10 20:28:00


아프리카 서부에 위치한 시에라리온은 30년만에 처음으로 지난 3월 복수정당이 참여한 선거를 치렀다. 또 곧이어 내전도 멈췄다. 인근에 위치한 라이베리아도 파벌간의 합의가 이뤄져 평화와 민주주에 대한 전망이 밝아지고 있다. 시에라리온의 경우 남아프리카에서 활동중인 사설보안회사 이제큐티브 아웃컴스(EO)의 도움으로 경제적으로 중요한 지역에서 질서를 회복할 수 있었다. 반군인 혁명연합전선(RUF)은 EO에 의해 세력이 급격히 약화됐으며 민주정부의 등장으로 정통성마저 침식당하고 있다. 외교소식통들은 반군과 새 대통령인 아마드 테잔 케바간에 평화협정 체결이 임박한 것으로 전하고 있다. 라이베리아의 경우는 지난 8월 파벌지도자들과 서부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WAS) 사이에 무장해제와 선거실시를 약속하는 평화협정 체결이 있었다. 협정의 구체적 내용은 내년 1월말까지 약6만명의 전투병력을 무장해제시키고 5월에 선거를 실시한다는 것. 상황이 이쯤되자 많은 사람들은 이들 지역에서 「미친 행위」와도 같은 내전이 조만간 종식될 것으로 여기고 있다. 그러나 여러가지 정황으로 볼때 아직 낙관은 이르다. 흔히 전쟁의 목적은 이기는 것이라고 여기고 있지만 라이베리아와 시에라리온의 내전은 경우가 다소 다르다. 폭력을 일삼는 측이나 이에 반주를 맞추는 측의 주된 목표는 돈을 버는 것이고 이를 위해 분쟁을 연장시키고 있다. 두 나라 모두 냉전의 종식으로 외부의 재정지원이 줄어들면서 중앙정부의 권위가 붕괴직전까지 추락했다. 이같은 권위의 공백이 반군과 파벌들로 하여금 폭력을 동원한 지역할거주의를 통해 부를 축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라이베리아에서는 싸움이 곧 다이아몬드와 목재, 금 고무를 비롯해 다양한 농산품과 소비재를 얻는 수단이었다. 시에라리온도 정부와 반군세력들은 다이아몬드와 커피, 코코아를 확보하거나 이를 민간인들로부터 빼앗기 위해 폭력을 이용했다. 두 나라 모두 외부의 지원은 총잡이들의 배를 채워주는 구실밖에 하지 못했다. 무장파벌간의 살벌한 전투는 무장인들에 의한 민간인 학대와 착취로 이어졌다. 이같은 상황에서 총을 내려놓는다는 것은 생계를 포기하는 것일 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안전한 착취자의 대열에서 약하기 이를데 없는 피착취자로 「전락」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무장해제는 자신뿐 아니라 자신이 속한 집단에 대한 일종의 보복이나 응징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라이베리아와 시에라리온의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고위급 정치에서의 해결책 마련 외에도 실제로 폭력을 일삼고 있는 젊은이들의 행위를 변화시킬 수 있는 단합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교육시설은 내전 전부터 시작해 내전이 진행되는 동안 망가지고 없다. 또한 실업은 젊은이들의 동원해제를 가로막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으며 오히려 생계를 위해 총을 잡도록 유인하는 구실이 되고 있다. 이같은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는 한 불만으로 가득찬 젊은이들로 하여금 평화협정을 준수토록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없을 것이다. 이밖에 이들 지역에는 치안유지를 위한 인적자원마저 고갈된 상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시에라리온정부에 사설보안회사인 EO의 고용을 위한 자금지출을 중단하지 않을 경우 기부금 명목의 외부지원을 받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미국은 라이베리아에서 활동중인 서부아프리카공동체 정전감시단체(ECOMOG)에 3천만달러의 지원을 약속했지만 이는 파벌들의 무장해제 약속을 이행토록 한다는 조건이 붙어있기 때문에 금방 이뤄질 성질의 것이 아니다. 무장해제가 순조롭게 이뤄지기 위해서는 파벌지도자들에게 다른 파벌들의 무장해제도 상응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확신시켜 줄 수 있는 독립기관의 검증이 필요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유엔감시기구의 기능을 강화해야만 하는데 외부원조기구들은 이 기구 자체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시에라리온과 라이베리아에 국가권위를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중앙정부에 충분하고도 적절한 자금이 주어져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지역할거주의적이고 불법적이며 폭력에 의존하는 자원의 축적이 사라지고 중앙정부에 대한 존경심이 고취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정리·런던〓李進寧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