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許 燁기자」 MBC 일요가족극장 「간이역」은 고정출연진으로 매회 다른 이야기를 전하는 시추에이션 드라마다. 주로 우리가 살아가면서 쉽게 잊어버리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전달하고 있어 요즘 넘쳐나는 시트콤이나 멜로극과는 크게 대조를 이룬다. 지난 10일밤 방영된 세번째 이야기 「사랑한다면 그들처럼」도 그렇다. 주인공인 정인(이종원)이 4년전 골수암으로 죽은 옛 애인의 기일을 잊어버린 자신에 대해 실망하는 게 기둥줄거리다. 그 애인의 어머니(윤여정)는 그런 정인이 섭섭하지만 어쩔수 없다고 생각한다. 또 정인의 후배 치수(박형준)는 정인에게 잊으라고 종용한다. 마지막 장면은 정인이 평소 간직해온 애인의 사진을 불태우는 것. 이 드라마는 또 정인의 주제를 강조하기 위해 남자에게 버림받아 제 정신이 아닌 여자가 역에서 종일 기다리는 일화도 넣었다. 「간이역」은 그러나 극의 전개가 전체적으로 산만하다는 인상을 주었다. 드라마의 의도를 시사하는 간이역은 전형적인 시골역(춘천교외 신남역)이지만 그밖의 배경은 도회적이어서 두 공간의 거리감이 느껴졌다. 또 이종원 박형준 등 젊은 탤런트들의 연기가 전체적으로 차분한 극중 분위기와 맞지않게 너무 신세대적인 경향을 보였다. 삼성영상사업단과 공동제작인 「간이역」은 재벌계열사의 공중파 참여라는 문제로 출범부터 난산을 겪었다. 삼성측은 25회의 제작비로 20억원을 지원하는 한편 소속 PD를 조연출로 참여시키고 있다. 모처럼 시도된 「가족극장」으로 그 취지는 좋지만 드라마의 완성도를 더욱 높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