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鍾求기자」 『어쩌면 저렇게 실감나게 중계할 수 있을까』 과천경마장을 찾는 이들은 아나운서가 누군지 궁금해한다. 듣는 사람의 가슴을 긴장과 흥분으로 빨갛게 달구는 인물. 김경준씨(37)가 경마장 마이크를 잡은지도 벌써 10년. 『경마중계의 생명은 순간판단력과 스피드 전달이죠. 경주마의 치열한 선두다툼 속으로 관중을 몰입시켜 최대한의 흥분을 이끌어내야 하니까요』 경주마가 2천m 트랙을 한바퀴 도는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2분안팎. 이 짧은 시간안에 그는 관중의 온 신경을 사로잡아 클라이맥스로 몰고간다. 자욱한 흙먼지 사이로 도드라진 기수 모자만 보고도 몇번마(馬)가 어떻게 달린다는걸 박진감있게 묘사한다. 코너를 도는 말의 모습이 육안으로 잘 안보이면 즉시 쌍안경을 집어들어야 한다. 단 1초도 입을 다물어서는 안되기 때문. 토 일요일에 12경주씩 중계하고 나면 기진맥진 상태가 된단다. 지난 9월에는 경마장에 놀러온 SBS 「도전 불가능은 없다」 제작진이 그의 중계방송을 듣고는 즉각 아나운서 섭외를 해왔을 정도. 하지만 10년이상 경마중계만 했기 때문일까. 이 프로에서 어린이달리기를 중계하다가 엉겁결에 『6번마가 선두로 결승선을 통과했습니다』라고 외치는게 그대로 방송돼 폭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많은 기업에서 체육대회 진행자로 그를 요청하지만 주말 경마시간과 겹쳐 짬을 못낸다. 배우같은 얼굴과 성우 뺨치는 목소리 덕에 60여편의 CF광고에 모델로 출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