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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窓]시각장애 수능 수험생의 깨어진 꿈

입력 | 1996-11-12 20:09:00


『할 수 없죠. 내년에 후배들이라도 좀더 나은 환경에서 시험을 볼 수 있기를 바랄 뿐이에요』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하루 앞둔 12일. 다른 수험생들과 마찬가지로 마무리 수험준비에 한창인 서울맹학교 3년생 金예진양(17)은 올해도 시각장애 수험생들에게 문제를 녹음한 테이프가 점자문제지와 함께 제공되지 않는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이렇게 말했다. 다른 수험생들과는 달리 무려 9시간반동안이나점자문제지에 매달려야 하기때문에손가락이 마비돼 제 실력을발휘하지못한다는 시각장애 수험생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본보 10월24일자 1면에 보도된 뒤 서울맹학교는 한때 「혹시나…」하는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본보를 읽은 교육부 관계자가 학교로 전화를 걸어 관련자료를 보내줄 것을 요청했고 「이름없는」 시민들이 교육부나 학교에 전화를 걸어 진행상황을 묻기도 했다. 또 사회단체인 참여민주사회시민연대는 11일 「장애학생 수험 편의개선에 관한 건의문」을 교육부 국립교육평가원 등에 보내 『장애학생들이 일반 수험생과 동등하게 자신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지난 11일 국립교육평가원에서 보내온 「시각장애 수험생 입시관리지침」을 본 맹학교 교사들은 한숨을 내쉬어야 했다. 지난해와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수능 시행세칙은 지난 1월에 이미 확정된데다 제도를 개선하려면 약시수험생들과의 형평성문제 등 최소 몇 개월의 여론수렴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번에 개선하기가)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고 해명했다. 맹학교 교사들과 수험생들도 「올해 당장 시행되는 것은 무리」라는 사정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었다. 金양은 『내년에라도 시행이 되면 힘들게 공부한 것을 마음껏 발휘해 보고 싶어 후배들과 함께 다시 도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맹학교 姜煥求연구과장은 『아쉽기는 하지만 우리 학생들이 겪는 어려움이 널리 알려진 것만으로도 큰 성과』라며 『시험이 끝난 뒤 이 문제가 다시 잊혀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夫亨權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