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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그린벨트 정책 신중히

입력 | 1996-11-13 20:43:00


그린벨트가 또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큰 선거가 있을 때마다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그린벨트의 규제완화가 가시화되고 있다. 신한국당이 중심이 돼 마련한 이번 그린벨트 대책은 주민들의 주거 및 생활환경 개선을 명분으로 내세워 각종 사용규제를 대폭 풀겠다는 것이 골자다. 지금까지 규제완화에 난색을 표명해 온 건설교통부가 아직은 당과 어떤 합의도 한 것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으나 일부지역의 공공시설 건설허용과 증개축 범위확대 등 관련법 개정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져 그린벨트제도 자체가 크게 흔들리게 됐다. 그린벨트내 주민들의 주거 및 생활환경 개선을 반대할 이유는 없다. 또 꼭 필요한 공공부문, 학교 도서관 등 공익사업시설은 짓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그린벨트제도를 도입했던 근본취지다. 그린벨트는 도시의 무질서한 확산을 막고 도시주변의 자연녹지를 보전하자는데 있다. 이같은 존재이유 때문에 그린벨트는 재산권제약이라는 반발에도 불구하고 25년이나 유지되어 왔다. 그린벨트제도는 공익을 위해 정말로 불가피하지 않는 한 근본취지가 훼손되어서는 안된다. 그렇다면 정부와 여당의 정책은 이 제도의 일관성 유지에서 벗어나서는 안될 것이다. 제도 도입 25년이 지난 지금 그린벨트의 보존과 관리정책의 재조정이 필요하다 해도 그것은 국토이용의 기본계획을 다시 짠다는 입장에서 접근해야 할 일이지 선거를 의식한 선심성 규제완화로 그린벨트의 골격을 흔들어서는 안된다. 만일 이번에도 그같은 차원에서 그린벨트 완화 방안이 쏟아져 나왔다면 크게 잘못된 것이다. 그린벨트정책같은 국토기본계획은 자원의 최적이용과 보존, 미래의 수요까지를 감안한 큰 틀에서의 조정은 필요하다. 선거와 정치논리에 편승, 성급한 결론을 내릴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안목에서 광범위한 여론과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주민편의를 위한 제도개선도 그린벨트 이용의 기준과 테두리를 확실히 한 뒤에 이루어져야 하며 그 이전의 각종 조치는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그린벨트 규제를 해제해 달라는 민선단체장들의 요구가 빗발치고 불법훼손 또한 크게 늘고 있는 시점에서 정부여당이 앞장서 그린벨트 완화에 나선 것은 시기가 적절치 않다. 그러나 국토자원이 한정되고 그로 인해 공공시설과 공익 및 교육사업을 위한 입지난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것은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그린벨트의 근본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이들 사업을 위한 규제완화는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요컨대 그린벨트 정책은 근본취지와 현실적 필요성과의 균형과 조화를 무리없이 이루면서 장기적 과제로 추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