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찬식기자」 전시장 바닥에 엎어져 있는 인체조각이 움직이는 빛을 따라서 서서히 기어다닌다. 심장모양의 커다란 플라스틱통은 종소리의 울림에 따라 안쪽이 밝아졌다 어두워졌다를 반복한다. 조각가 임영선씨(37·경원대교수)가 16일부터 서울 예술의 전당 미술관에서 선보이는 「움직이는 조각」들이다. 『이번 전시회를 위해 5년동안 각종 기계와 씨름해 왔습니다. 그동안 주로 인체형상을 조각해오면서 표현의 한계 같은 것을 느꼈지요. 평범한 조각만으로는 현대인들이 맞닥뜨리고 있는 복잡한 위기상황을 나타내기가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조각에 「행동」을 부여하기 위해 임씨는 공대출신의 친구들에게 도움을 청했고 관련서적을 탐독했다. 구상한 작품에 맞는 기계부속을 구하느라 관련 상가를 샅샅이 뒤지기도 했다. 이번 개인전에는 2백여평의 전시공간을 5개의 어두운 공간으로 나눠 「움직이는 조각」을 보여주게 된다. 이 가운데 대표작격인 「기어가는 사람」은 갈색옷을 입은 인체형상이 회전하는 조명을 따라서 둥근 원을 그리며 서서히 움직인다. 모터와 타이머등이 조각안에 내장됐으며 기타 복잡한 조명장치도 함께 설치됐다. 임씨는 『인간이 뭔가를 항상 쫓아다니지만 결국 신기루에 불과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푸른 남자와 붉은 여자」는 여자와 남자형상이 마주 보도록 꾸민 것으로 이들은 서로 『괜찮아』『괜찮아』라는 소리를 반복한다. 임씨는 『「괜찮아」라고 서로에게 말하는 것은 사실 「괜찮지 않다」는 의미로 현대사회의 단면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전시는 26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