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元在기자」 「미지왕」이라는 영화 제목을 듣고 머릿속에 홍콩의 고전 무협영화를 떠올리는 관객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의 배경은 1996년 서울 한복판이고 장르는 세태 풍자와 섹스를 적절한 비율로 섞은 코미디다. 현재 85% 가량 촬영이 진행된 「미지왕」(김용태 감독)은 「미친 ×, 지가 무슨 왕자라고…」의 줄임말이다. 경박스러운 느낌마저 드는 이 영화의 제작사는 「서편제」 「장군의 아들」 등을 히트시켜 충무로의 간판으로 자리잡은 태흥영화사. 연출은 지난 92년 서태지와 아이들의 뮤직비디오 「환상속의 그대」를 만든 김용태 감독이 맡았다. 주연에서 단역에 이르기까지 출연배우 1백20명 전원은 영화에 처음 등장하는 새 얼굴로 3천4백여명이 응모한 신인공모에서 선발됐다. 「미지왕」은 우선 핵심 배역 5명의 면면부터 색다르다. 바람둥이 신랑의 이름은 왕창한(조상기)이며 그와 결혼할 신부는 두번 이혼 경력에 「영계」라면 꼼짝 못하는 열살 연상의 부잣집 딸 엄청난(김현희). 여기에 왕창한과의 첫사랑 실패 충격으로 타락한 견풍미(정상인)와 아무 생각없이 왕창한을 쫓아다니는 신세대 설소희(문소연), 왕창한의 결혼식 전날 우연히 만나 침대까지 같이 간 잡지사 여기자 정주라(임지선)가 가세한다. 견풍미의 한자이름은 犬風美이고 설소희는 「설치고 소란피우며 희희낙락한다」는 뜻이라고. 신세대 취향의 재기발랄함과 함께 약간의 장난기도 엿보이지만 김감독은 『모든 고정관념에 대한 문제 제기를 통해 결혼의 의미를 정리해 볼 생각』이라고 설명했다.5명의 신인배우들은 『기상천외한 작품으로 데뷔해 정신을 못차릴 지경이지만 어쨌든 주인공이어서 기분은 좋다』고 입을 모았다. 올 연말경 개봉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