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창기 기독교 신앙에서 섹스는 오로지 종족번식만을 위해 존재했고 여성은 성적인 즐거움을 누릴 자유가 없었다. 여성에게는 남편이 요구할 때 이를 충족시킬 의무만 있었다. 이런 기독교 전통이 오랫동안 내려와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1950년대까지 어둠 속에서 남성상위의 체위만 고집했다. 킨제이보고서에 따르면 1940년대 미국 부부들이 가장 즐기는 체위는 △여성상위 16% △측면위 12% △후면위 4%였다. 70년대 중반 헌트보고서를 비롯한 몇몇 연구결과는 3분의 1이 넘는 미국 여성이 여성상위를 즐긴다고 발표했다. 성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면서 한 세대가 지나기도 전에 수천년간 이어진 남성상위 체위가 뒤집어지고 있는 것이다. 성체위는 여성의 지위향상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여성상위 체위에서는 여성이 주도권을 잡고 움직이는 속도와 삽입의 깊이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 남성은 여성의 유방을 눈으로 보면서 강한 자극을 받고 가슴이나 다른 곳을 애무하는 것도 가능하다. 여성상위는 남성의 조루나 여성불감증 같은 성기능장애를 치료할 때 가장 바람직한 체위다. 조루증이 있는 남성은 먼저 여성상위로 훈련을 하고 사정조절 능력이 생기면 측면위와 남성상위로 넘어간다. 여성불감증인 경우에도 남성이 여성의 음핵을 손으로 자극할 수 있기 때문에 대개 이 체위부터 연습을 한다. 사정조절 능력도 성에 대한 인식이 발전하면서 많이 달라졌다. 킨제이조사에는 결혼한 부부의 75%가 삽입후 2분내에 사정을 했는데 요즘 서구인은 평균 10분 정도를 유지한다. 아직도 킨제이보고서를 인용하면서 2, 3분안에 사정을 끝내는 것을 정상이라고 얘기하는 의사가 있는데 이는 시대와 여성의 기대치를 모르고서 하는 얘기다. 많은 부부들이 성행위를 정형화된 「공식」처럼 해버린다. 언제나 같은 장소에서 늘 하는 체위로 의무감을 갖고 생리적인 욕구를 배설한다. 밤에 불을 끄고 잠깐 키스한후 삽입하고 1, 2분 왕복운동을 하다가 그냥 끝낸다. 섹스를 마친 직후에는 코를 골며 잔다. 여성은 남성이 15∼20분 이상 시간을 끌어주어야 오르가슴에 도달한다. 여성이 만족을 못하는 경우 흥분기에 골반에 충혈됐던 혈액이 해소되지 않아 기분이 나쁘고 짜증도 난다. 이런 일이 반복돼 몇달 몇년이 지나면 어떻게 될까. 많은 여성들이 성욕저하증이나 성기피증에 빠져 「전생의 원수가 부부로 환생한다」는 속설을 위안으로 삼고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02―512―1101,2 설 현 욱(성의학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