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사람과 화제]탤런트출신 한복디자이너 허 영씨

입력 | 1996-11-15 20:43:00


「申福禮기자」 청와대 부부동반 모임에 초청받은 각계 주요인사 부인들이 모임 참석에 앞서 달려가는 곳. TV방송국 영화사 극단들이 분위기있는 한복이 필요할 때 가장 먼저 뛰어가는 곳. 바로 남성 한복디자이너 허영씨(49)의 옷가게다. 탤런트 출신 디자이너. 탤런트 시절에는 단역만 맴돌았지만 한복디자인에서만큼은 조선 중후기 전통한복의 멋을 재현한 「가장 한국적인 한복 디자이너」로 명성을 얻고 있다. 그는 올해 대종상 영화제에서 「금홍아 금홍아」로 의상상을 수상했다. 『75년 KBS 탤런트 공채3기로 입사해 드라마 「전우」에 3년여 고정출연하고 영화 「단둘이서」에서 주연여배우 서미경의 상대역으로 출연했지요. 그뒤로는 단역만 들어오고 잘 안풀리더라구요. 「내 길」이 아니다 싶어 한복디자인으로 방향을 바꿨습니다』 80년 한복연구가 석주선선생 밑에 들어가 3년여 우리옷 만드는 것을 배웠다. 『어려서는 외아들이 천이나 반짇고리를 갖고 논다고 아버님께 야단도 많이 맞았죠. 그런데 바느질이 적성이었는지 한복을 시작하면서 모든게 자연스럽게 풀리더라구요』 현대감각에 맞춘 개량한복이 유행할 때도 그는 고증을 거친 전통한복을 고집했다. 원색과 화려한 무늬 대신 도토리 쑥 치자 양파껍질 등으로 만들어낸 소박한 분위기의 자연색감을 주로 썼다. 입소문을 통해 그의 옷을 찾는 사람들이 하나둘 늘기 시작했고 89년 아예 자기 이름으로 가게를 차렸다. 삼성 현대 대우 금호 롯데 등 대그룹 안주인들과 국회의원 장관 부인,가수 나훈아 심수봉 김수희,국악인 황병기 안숙선 오정해 등이 그의 고객명단을 채우는 유명인들. 『해외박물관에 마련된 한국관을 방문할 때면 참 속상해요. 한번은 하와이 비숍박물관에 갔는데 우리옷이 너무 형편없이 꾸며져 있었어요. 제대로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에 돌아와서 한복 인형 장신구 등을 만들어 다시 찾아갔지요. 그런데 우리 영사관에서 「왜 갖고 왔느냐」며 오히려 귀찮아하더라구요』 그는 80년대 중반 한복을 입힐 마네킹이 푸른눈 곱슬머리의 서양인형밖에 없는 것에 놀라 직접 쪽진 머리의 우리 인형을 만들어 보급한 주인공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