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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의 세계]국내로…해외로… 느긋한「겨울여행」

입력 | 1996-11-17 20:11:00


「李英伊기자」 『동해안으로 갈까, 동남아로 갈까. 아니면 조금 더 참았다가 스키여행을 떠날까』 J사 申모과장(35)은 요즘 때아닌 휴가계획을 짜느라 즐거운 고민이다. 작년 여름 동해안에 갔다가 24시간동안 길바닥에서 고생만 하고 「사람구경」이외에는 한 것이 없어 올 여름에는 아예 휴가를 다녀오지 않았다. 연중 휴가를 쓸 수 있기 때문에 무덥고 복잡한 여름보다는 여유있는 겨울을 택한 것이다. 여행지로는 여러곳을 생각해보았지만 눈 내리는 날 설악산에 올라 겨울산을 만끽하고 동해안 횟집에서 싱싱한 회를 안주로 소주나 한잔 하고 오는 것만큼 정취있는 여행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스포츠광인 직장인 李경중씨(29)는 친구들과의 스키여행을 앞두고 연말에 해야 할 사무실 일을 조금이라도 앞당겨서 끝내려 요즘 몹시 바쁘다. 연말실적 달성이니 내년목표 수립이니 해서 모두들 바쁜 때에 혼자만 빠져나가기가 조금 미안하기는 하지만 자신의 겨울휴가만큼은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각오다. 하얀 설원위를 씽씽 달리며 일년동안 쌓였던 스트레스나 걱정거리를 모두 날려버리고 올 생각이다. 겨울이 아니면 맛볼 수 없는 스키는 찌든 회사생활을 눈처럼 하얗게 씻어내 준다. 외국땅이라고는 아직 한번도 밟아보지 못한 金미희씨(27)는 올겨울에는 기어코 「탈(脫)한국」에 도전해볼 계획이다. 사실 지난 여름 회사 여자동료들과 괌여행을 계획했다가 턱없이 비싼 여행경비 때문에 이번 겨울로 미루고 말았다. 괌의 경우 여름성수기에 3박4일 기준 65만원까지 하던 것이 12월초에는 39만원 정도면 된다는 소리에 여름휴가를 반납하고 겨울여행을 선택했던 것. 겨울은 비용도 훨씬 적게 들고 추위를 피해 남국의 정취를 맛볼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고교 1년짜리 아들을 둔 대기업 중견간부 崔모씨(46)는 아들의 겨울방학에 맞춰 제주도로 가족여행을 떠날 생각이다. 맞벌이하는 崔씨부부는 일에 쫓겨, 아들은 대입준비에 쫓겨 제대로 여행한번 해본 적이 없었는데 올겨울에는 여행으로 「잃어버린 가족의 정」을 되찾아 볼작정이다. 그래서 가족 모두가 겨울여행을 고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