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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하키]「살아있는 전설」 그레츠키 부활

입력 | 1996-11-17 20:15:00


「李 憲기자」 「노병은 죽지 않았다」.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의 「살아있는 전설」 웨인 그레츠키. 서른다섯의 나이 때문에 「한물갔다」는 따가운 시선을 받아왔던 그가 한창때 못지않은 출중한 기량을 과시하며 팬들을 열광시키고 있다. 지난 95∼96시즌이 끝난 뒤 소속팀인 세인트루이스 블루스에서 방출돼 자유계약선수가 되는 수모를 겪었던 그레츠키는 뉴욕 레인저스에 새 둥지를 튼 뒤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그레츠키는 시즌개막 한달이 지난 지금까지 8골에 어시스트 17개를 기록하며 득점과 어시스트를 합산한 포인트랭킹 상위에 랭크돼 있다. 이는 현역최고의 골잡이로 불리는 조 사킥이나 마리오 르미유와 비교해서도 결코 뒤지지 않는 것. 그레츠키는 올시즌 눈부신 활약에 힘입어 자신이 보유한 통산득점과 어시스트부문 1위자리를 확고히 지키고 있다. 통산 8백45득점에 어시스트 1천7백88개. 이 부문 역대 2위인 고디 하우의 8백1득점, 1천49 어시스트를 크게 뛰어넘는 대기록이다. 고디 하우가 이미 은퇴한 점을 감안한다면 그의 기록은 앞으로도 깨기 힘들 전망. 사실 올시즌이 시작되기 전 대부분의 팬들은 현란한 스틱워크와 폭발적인 득점력을 자랑했던 왕년의 그레츠키를 다시 만나리라고 기대하지 못했다. 그를 영입했던 뉴욕 레인저스팀 관계자들조차도 그에게 별다른 희망을 걸지 않았던 것이 사실. 무엇보다 지난 시즌 LA킹스와 세인트루이스 등 2개팀을 전전하며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23골에 그쳤던 부진이 이같은 우울한 전망을 뒷받침했다. 그러나 그는 시즌초반부터 종횡무진 링크를 휘저으며 보란듯이 재기에 성공했다. 같은 캐나다출신으로 오랫동안 에드먼턴 오일러스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찰떡궁합」을 과시했던 마크 메시어와 다시 만나게 된 것이 큰 힘이 됐다. 그레츠키의 다음 목표는 지금까지 누구도 이루지 못했던 통산 9백골 돌파. 녹슬지 않은 기량에 노련미까지 겸비한 그가 현재의 컨디션을 유지한다면 대기록달성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