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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자노트]금메달… 은메달… 「목메달」…

입력 | 1996-11-19 20:32:00


『당신은 무슨 메달이야』 요즘 중년 주부들 모임에 가면 농담처럼 서로에게 은근히 건네는 말이라고 한다. 연하의 애인을 둔 주부는 금메달, 또래 애인이 있을 경우에는 은메달, 연상의 애인을 가지면 동메달, 그도 저도 없으면 「목메달」이라는 것. 목메달인 까닭은 능력없는 주부들은 목매달라(?)는 풍자일까. 이런 얘기를 들으면서 언제부터인가 전업주부의 건강한 삶을 비웃는 듯한 우스갯소리가 부쩍 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래 전에 나온 이야기지만 오전 11시경 전화를 걸었을 때 집에 있는 주부는 인간성이 나빠 「친구」가 없거나, 병에 걸렸거나, 돈이 없어 외출도 못하는 여자라는 농담도 기억이 난다. 어느 책에서는 주부경력 1년인 주부의 지적 능력은 최종 학력에서 마이너스 1년으로 계산하면 맞는다는 속설을 소개한 것도 읽었다. 이렇게 따지면 주부경력 10년이 된 대졸 주부의 지적 능력은 중1정도 수준이라는 얘기다. 집에서 성실하게 살림만 하는 주부는 무능력자나 바보라는 냉소적 유머인 셈이다. 아무리 웃자고 지어낸 말이지만 그속에는 세태가 담겨있다. 알게 모르게 전업주부를 기죽이는 사회분위기 아래에서 주부의 스트레스는 높아간다. 여성의 사회참여가 활발해지면서 맞벌이주부들과 능력을 비교당하고 남편이나 아이에게 무시받는 억울하고 속상한 마음을 「집밖」에서 보상받고자 시도하는 풍조도 생겨난다. 사실 주부들은 자신을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에 대해 민감하다. 얼마전 발표된 조사에서도 30대 전업주부 열명중 여섯명은 『전업주부인 현실이 싫다』고 응답했다. 또 수많은 여성단체가 있음에도 최근들어 전업주부들이 「주부는 전문직」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주부전문인클럽을 만든 것을 보면 주부를 노는 사람이 아닌 하나의 직업으로 평가해 달라는 염원이 그만큼 간절해진 것 같다. 오늘도 집안 살림부터 자녀양육, 시댁 대소사까지 도맡아 분주하게 살아가는 이땅의 주부들.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면서도 노고를 정당하게 인정받지 못할 때 주부들은 제자리를 못찾고 방황하게 된다. 그 짐은 부메랑처럼 다시 우리 가정과 사회로 돌아온다는 생각에 가슴이 답답해진다. 高 美 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