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 이후 최초의 전국 총파업은 실제로 일어날 것인가.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노동법 개악안」저지를 이유로 전국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예고한 시한이 2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실제로 전국 대부분 사업장의 생산라인이 동시에 멈추는 총파업이 발생할지, 엄포에 그칠지 아직은 미지수다. 그러나 현재 총파업 준비에 한창인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내부분위기는 사뭇 심각하다. 노총은 산하 6천5백여개 노조(조합원 1백15만명)중 많을 경우 절반 이상이 파업에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설사 임금투쟁 시기가 아니어서 파업참가율이 낮더라도 노총 산하의 한국전력 철도 은행 체신 도시철도(서울지하철 5호선 포함) 등 기간산업 노조중 몇개만이라도 파업에 동참한다면 그 파장이 엄청날 것으로 노총은 전망하고 있다. 민노총은 「정부가 정리해고제 등 근로기준법 개악을 강행할 경우」 산하 9백29개 노조(조합원 50만명 추산)중 중공업 자동차 한국통신 언론 등 조직력이 강한 대기업 노조 대부분이 동참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따라서 만약 양대 노동조직이 계획한대로 총파업이 진행되면 기간산업 수십만명의 근로자가 참여하는 대대적인 파업이 동시에 발생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노동부는 『쟁의대상이 될 수 없는 노동법 개정을 이유로 한 파업은 불법이므로 공권력을 동원해 강력히 대처하겠다』며 강경대처를 천명하고 있다. 현재 노동부내에는 『노동법개정안은 노동계 요구도 반영되므로 실제 총파업까지는 안갈 것이며 설사 지도부가 총파업을 지시해도 일반 근로자들의 참여는 극히 낮을 것』이란 낙관적 전망도 없지 않다. 하지만 대부분의 간부들은 『노동법 개정이라는 사안 자체가 워낙 폭발력이 큰 만큼 예단은 금물』이라며 예의주시하고 있다. 건국 이후 우리나라에서 전국규모의 총파업이 실제로 일어난 적은 없다. 물론 90년대초 총액임금제 등을 놓고 「총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주장은 몇번 있었지만 이번과는 분위기가 달랐다. 「어용」 또는 「온건」의 대명사처럼 불렸던 노총지도부가 『노총의 50년 이념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밖에 없다. 구속되는 것도 감수한다』고 공언하고 있고 산별연맹 및 일선 노조간부들도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등 노동법 개정방향에 대해 「이대로 가면 망한다」는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노동전문가들은 총파업 발생여부는 정부가 이번주말 확정할 예정인 노동법개정안 내용에 달려있다고 보고 있다. 개정안 내용이 노사관계개혁위 공익위원들이 지난 7일 채택한 공익안 수준이 된다면 총파업까지 갈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노조전임자임금 변형근로제 정리해고제 등 주요 쟁점에 있어 재계의 요구가 대폭 반영되고 국회에서도 이를 통과시켜줄 분위기가 형성된다면 양대 노동기구 지도부가 실제로 총파업을 감행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대다수 일반 근로자들이 지도부의 총파업 결정에 따라줄지는 의문이지만 사회적으로 큰 파문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李基洪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