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 일변도의 정책을 펴온 결과 우리나라는 절대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반대급부로 환경오염 경제력집중 소득분배왜곡 등 심각한 사회문제들을 안게 된 것도 사실이다. 1인당 국민소득이 1만달러를 넘어서자 선진국이 된듯 착각하는 일부의 그릇된 풍조는 과소비와 사치향락주의를 부추긴다. 과연 우리나라가 선진국인가를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등 대외적으로 우리의 위상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과연 그에 상응하는 수준에 도달해 있는지 냉철한 반성이 필요하다. 보건사회연구원이 경제 교육 문화 등 부문별 종합지표로 「삶의 질」을 평가한 결과 우리나라의 현위치는 1백74개국 중 29위에 해당됐다. 하지만 보건부문은 59위, 경제활동참여 부문은 57위, 남성대비 여성고용 부문은 99위로 한참 낙후돼 있다. 이같은 지표외에 부의 편중이나 교통사고 환경 산재 등을 감안한다면 삶의 질의 국제적 위상은 더욱 낮을 것으로 보인다. 경제의 양적 성장이 반드시 삶의 질을 높이지는 않는다. 진정한 복지사회는 국민 모두가 잘 사는 사회를 말한다. 우리 경제가 총체적 난국이라고 한다. 갖가지 현안이 산적해 있고 마땅히 헤쳐나갈 길도 요원해 보인다. 계속되는 불황의 여파로 고용불안의 위기의식마저 감돌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시기일수록 하나를 얻기 위해 열을 잃어버리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곤란하다. 과거라면 불황타개나 경제회복에만 매달리고 그밖의 것들은 희생을 강요할 판이다. 하지만 그래서는 다가올 21세기의 경제환경이 더욱 어려워질 뿐이다. 차제에 전반적인 복지수준 향상을 도모하고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종합적이고 다각적인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 문제의 원인을 경제불황이나 국제수지 적자로만 파악하고 비용요인 감소나 수출경쟁력 향상 등 경제적 측면만 강조한다면 단기간에 효과는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난국은 단순히 몇몇 수단을 동원해 해결할 단계는 이미 넘어섰다. 경제구조의 재조정이 불가피한 시점이다. 진정 우리의 미래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경제는 물론 교육 문화 국방 환경 정치 정보 등 각 분야에서 총체적으로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정책이 필요한 때다. 시각의 전환이야말로 전통적 경제제일주의에서 벗어나 「모두가 잘사는 사회」라는 원론적 이상에 한걸음 근접할 수 있는 길이 아닐까. 최 종 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