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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스케치]사극「실감내기」소도구 마련『비상』

입력 | 1996-11-21 20:12:00


「李元洪기자」 MBC 「미망」에 등장하는 막대한 양의 홍삼은 실제로는 도라지다. 비싼 홍삼을 소도구로 쓸 수 없어 도라지에 색을 칠한 것이다. SBS 「임꺽정」에서 칠두령중의 한명인 곽오주가 휘두르는 철퇴는 쇠가 아닌 가벼운 나무. 제대로 만들면 무거워서 들 수 조차 없다. 최근 TV에 사극 바람이 불면서 극중의 각종 소도구를 구하려는 제작진의 노고도 커지고 있다. 이들은 각종 고증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준비하기가 더욱 까다롭다. 조선개국시기를 다룬 내용으로 25일 첫 전파를 타는 KBS1 「용의 눈물」에서는 각종 자료를 토대로 용상(龍床·임금의 의자)을 직접 만들었다. 시중에 용상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SBS 「임꺽정」 제작진도 전통 나룻배를 직접 만들었다. 한강의 황포돛배를 빌려 사용하려 했으나 조건이 맞지 않았다. 제작진은 전통목선 제조 기술자를 찾으려 백방으로 애쓴 끝에 전남 부안에서 겨우 목선을 만들었다. 소품을 싣고 다니는 트럭 운전수가 제작진의 애태우는 모습을 보고 고향 기술자를 소개해주었다는 후문. KBS1 「찬란한 여명」은 개화기 서양 문물이 밀려드는 장면을 그리면서 당시의 서양 함선을 재현해야 했다. 제작진은 폐선(廢船)을 함선으로 「분장」해 사용했다. 「임꺽정」제작진은 백정들이 소를 잡는 모습을 위해 도살장을 물색하느라 애를 먹기도 했다. 죽어있는 소, 끌려온 소 등 여러 마리의 소를 동원해야했고 이때문에 소값도 꽤 들어갔다는 것. 한편 각 방송사의 소품 담당자들은 『역사물의 경우 당시 실생활을 보여줄 수 있는 생활 필수품을 준비하기가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필요한 물건들은 많은데 일일이 고증도 안되고 구하기도 어렵다는 설명이다. MBC소품담당 장수남과장은 『「미망」에 필요한 주판, 석유램프 등 당시 생활용품을 골동품상들이 개당 몇십만원씩 달라고 해 값이 싼 중국에서 사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때로는 없어서 아예 구할 수 없는 것도 있다. 「미망」에서는 곧 개화기 양말공장의 모습이 등장하는데 당시의 편물기를 구하지 못해 여러곳에 알아보고 있다. 각 방송사들은 사극의 사실성을 높이기위해 「고증자문위원」을 두거나 수시로 전문가들에게 조언을 구하고 있다. 「용의 눈물」제작진은 복식연구가에게 출연진의 의상에 대한 고증을 마쳤고 「임꺽정」제작진은 당시 의복색깔을 재현하기 위해 전통 염색법을 사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