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元洪기자」 시청자들은 두사람을 보고 웃는다. 「감초」라는 말도 따라 다닌다. 무대뒤에서 「춥고 힘들게」 걸어온 감춰진 날들을 모른 채. KBS2 「첫 사랑」에서 주인공 성찬혁(최수종)의 고향 친구인 오동팔역을 맡은 배도환과 SBS 「형제의 강」에서 우시장 거간꾼 서복만(박근형)의 라이벌 장달구로 나오는 남포동. 단역만을 맡던 둘은 최근 「웃기는 연기」로 모처럼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91년 KBS 14기로 방송국에 발을 들여놓은 배도환은 94년 한햇동안 46가지의 단역을 맡아 「최다배역상」을 받았다. 동료들이 장난삼아 만든 상이지만 정작 받을 때는 씁쓸했다. 92년 「삼국기」에서는 1인5역을 했다. 극중 고구려병사가 됐다가 신라병사가 되기도 하고 장군의 부관이 되기도 했다. 막판 신라장군역이 그의 생애 첫 고정배역이었다. 영화사 제작부장을 하다 연기자들의 대역으로 61년부터 연기를 시작한 남포동은 그동안 3백여편의 영화에 출연했으나 모두 단역이었다. 그것도 여자를 괴롭히는 악한으로 나와서 주인공에게 매를 맞고 쓰러지는 역이 대부분이었다. 『주역 한번 맡아서 극중 보스가 돼 보자』는 게 그때의 꿈이었다. 요즘 시청률 1, 2위를 다투는 최고 인기드라마에서 두 사람은 청량제 역할을 한다. PC통신에서 그들이 자주 언급되고 팬레터도 날아든다. 극중 주방장일을 하며 말끝마다 엄지손가락으로 콧등을 튕기는 특유의 제스처는 배도환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KBS 고위간부가 턱을 만지는 습관에서 힌트를 얻었다는 이 제스처는 일반인들도 곧잘 흉내를 낸다. 길을 걷다보면 그의 얼굴을 알아보는 자동차 운전사들이 경적소리로 뒤돌아보게 한 후 엄지손가락으로 콧등을 쓱 문지르며 웃곤 한다. 「형제의 강」에 나오는 남포동은 「진짜배기」 경상도사투리를 앞세운다. 서복만을 사랑하는 주막아낙네를 쫓아다니느라 헛물을 켜고 잇달아 골탕을 먹는 모습으로 웃음을 준다. 『94년에 영화 「머저리와 등신들」에서 생애 첫 주연을 맡아봤습니다. 평생을 소원했던 일인데 막상 마치고 나니 그렇게 허탈할 수가 없었습니다. 무슨 일이든 다 똑같더라구요』(남포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