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이 江澤民(강택민)중국국가주석,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郎)일본총리,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과 잇따라 가진 정상회담에서 북한 잠수함침투사건 이후의 한반도 정세를 포괄적으로 논의했다. 한반도 주변 4국 가운데 러시아를 제외한 3국과 같은 날 연쇄정상회담을 가졌다는 사실 자체가 처음이어서 이 연쇄회담은 일정조정 때부터 주목돼 왔다. 특히 잠수함사건이후 남북관계가 경색국면에 들어간 상황에서 김대통령과 세 정상이 어떤 해법을 제시할 것이냐가 중요한 관심사였다. 자연히 연쇄정상회담의 주의제도 잠수함사건이후의 한반도문제에 모아졌다. 韓美(한미)정상회담에서는 그동안 이견을 보이기도 했던 양국간 해법을 조율, △제네바합의의 계속 이행과 4자회담 계속 추진을 재확인하는 한편 △북한이 잠수함사건을 해결하고 긴장을 완화하며 비슷한 도발을 방지하기 위해 수락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남북긴장완화와 북한의 제네바 핵협정 준수를 앞세운 미국과 북한의 사과 및 재발방지약속에 무게를 실은 한국의 입장을 조정, 양국의 입장을 모두 살리는 선에서 공동언론발표문이 조정됐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날 양국 실무진이 협의를 숨가쁘게 진행, 정상회담 직전에야 발표문을 가까스로 정리했다는 사실은 잠수함사건의 해법을 둘러싼 한미간의 이견이 심상치 않았음을 시사한다. 반면 한일 한중정상회담은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하는 수준이었다. 한일정상회담에서 김대통령이 북한의 무력도발에 대한 한국의 입장을 설명한데 대해 하시모토총리는 이해를 표명, 북한이 「납득할만한 조치」를 취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한중정상회담에서 강주석은 남북직접대화를 통한 당사자 해결원칙을 강조, 『그 과정에서 중국이 건설적 역할을 할 준비가 돼있다』고 기존입장을 거듭 밝혔다. 이는 중국이 북한과의 관계를 고려, 신중한 자세를 견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날 연쇄정상회담은 잠수함사건에 대한 해법의 단초는 제공했으나 이것으로 남북경색국면이 곧장 풀릴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북한이 어떻게 대응할지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이밖에 이날 연쇄정상회담에서는 △역사공동연구, 청소년교류확대 촉진, 월드컵의 성공적 공동개최를 위한 정부간 협력(한일) △교역 등 실질협력관계 증진, 각계 고위인사 상호방문 활성화, 산업협력 증진(한중) 등 양자관계에 관한 합의도 있었다. 〈마닐라〓金東哲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