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重炫기자」 현대무용가 安愛順(안애순·37)씨는 자유로움과 한(恨)을 표현하는 춤사위와 함께 사시사철 검정옷만 고집하는 옷차림으로 무용계에서 유명하다. 요즘 그의 옷차림은 검은색 터틀넥과 맥시스커트, 풍성한 검정코트차림. 여름과 가을에 즐겨입는 티셔츠나 진 등도 모두 검정 일색이다. 안씨는 『얼굴색이 원래 까만 편이어서 밝은 옷은 잘 안어울린다』면서 『중학교 때는 가무잡잡하고 몸집이 작아 별명이 「쥐똥」이었다』고 말한다. 어쩌다 거리에서 쇼윈도에 진열된 화려한 색상의 옷을 사본 적도 있지만 한번도 못입고 주변 사람에게 줘버리곤 한다는 것. 대학시절부터 줄곧 검은색 옷만을 고집해온 것은 「한의 춤」으로 불리는 그의 작품세계와도 관계가 깊다. 안씨가 안무한 작품의 무대색상과 무용의상은 검정 하얀색 회색 등 무채색이 대부분이다. 오는 12월말 공연될 「명(命)」에서도 마찬가지다. 안씨는 『검정에는 저의 춤이 추구하는 「그 무엇」과 닮은 점이 있어요. 인간이 창조되기 이전부터 존재해온 본원적인 순수성같은 거죠』라고 설명한다. 같은 검정 옷이라도 안씨는 치렁치렁하고 풍성한 스타일을 선호한다. 연습을 마친 뒤 타이츠같은 연습복위에 그냥 걸칠 수 있어 편리하기 때문이다. 검정 일색이라 너무 단조로워 보이는 것을 피하기 위해 회색 조끼나 밤색 가죽가방 등으로 약간의 변화를 준다. 안씨는 『옷은 사람의 내면을 포장해주는 도구』라면서 『언젠가 내면에 큰 변화가 있으면 좋아하는 색깔도 달라지지 않겠느냐』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