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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펙회담 스케치]정상들 입을 比전통옷은 노예복

입력 | 1996-11-24 20:14:00


「尹聖勳기자」 오늘 개막되는 제4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마닐라 정상회담에서 18개국 정상들이 입고 나올 올해의 APEC 패션은 무엇일까. 재미있게도 노예복 패션이다. 한국의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을 비롯, 미국의 빌 클린턴 대통령 등 회원국 정상들은 정상회담 개최에 앞서 필리핀 대표의상인 「바롱 타갈로그」를 다같이 입고 우의를 다짐하며 단체사진을 찍는다. 이 바롱 타갈로그는 현지에서는 노예복으로 통하며 필리핀 서민들은 결혼식과 세례식 그리고 장례식때 거의 대부분 입지만 지위가 있는 사람들은 역사적 이유를 들어 착용을 기피하고 있다. 이 옷은 허리와 가슴품이 넉넉하며 소매가 길고 그 끝에 주름이 없으며 실크와 파인애플 섬유를 직조해 만든 반투명의 베이지색천에 수를 놓아 만들어지는 게 특징. 스페인인들이 필리핀을 3백년 동안 통치하면서 현지 원주민들에게 강제로 입게 했으며 천이 투명하고 소매끝에 주름이 없게 한 것도 원주민들이 칼 등의 무기를 옷 속에 숨기지 못하게 하기 위한 것이었다. APEC 정상들이 이 옷을 입게 된 것은 정상회담 주최국의 대표의상을 입게끔한 관례를 따른 것. 이에 따라 1차 APEC정상회담(미국 시애틀)패션은 「가죽재킷과 블레이저(스포츠용 상의)」였고 2차(인도네시아 보고르)는 헐렁한 「바틱 셔츠」 그리고 지난해 3차(일본 오사카)는 넥타이를 매지 않는 「노 타이」패션이었다. 한편 올해 패션의 디자인 작업에는 한국인 이윤일씨가 참가했으며 각국 정상들의 기호를 살려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郎)일본총리 옷은 수의 선을 일본풍에 맞게 단순화했고 라틴 정상들의 옷은 스페인풍으로 좀 화려하게 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