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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신은경 석방」논란과 법정신

입력 | 1996-11-26 20:01:00


최근 한 신세대 여성 탤런트가 음주 무면허 운전중 교통사고를 내고 도주했다가 구속된 후 구속적부심에서 풀려났다. 이에 대해 여론은 몹시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서민이라면 석방은 꿈도 못꿀 큰 죄를 지었는데도 금방 풀려나는 것을 보니 재판부와 무슨 흑막이라도 있는게 아니냐는 식의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이 사건을 보고 일선검사로서 심한 당혹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한달여 후인 새해부터 시행되는 새로운 인신구속제도와 이번 탤런트 석방에서 보여준 국민들의 반응 사이에서 오는 당혹감이다. 새 제도의 기본취지는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는 범죄혐의자에 대해서는 불구속 상태로 수사와 재판을 하자는데 있다. 재판 결과 죄가 인정되면 법정구속하거나 형이 확정된 후 신병을 구속해 집행하자는 내용이다. 모든 형사피의자 또는 피고인들은 재판 확정시까지는 무죄로 추정되는게 법의 정신이다. 따라서 혐의사실에 대한 수사나 재판도 통상적인 생활을 영위하면서 받도록해 국민들의 인권을 보장하자는 의미다. 사실은 새 제도를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마찬가지다. 현행 인신구속 관련법률의 기본이념도 별로 다를 바 없다. 문제는 지금까지 법의 이념보다 죄의 경중에 따라 구속여부를 결정해오던 관행이 정착돼 왔다는데 있다. 물론 이런 관행만 따른다면 신은경은 구속돼 마땅하다. 하루만에 석방한 재판부의 결정 역시 너무 관대했다는 비난을 면하기는 어렵겠다. 우려되는 부분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처럼 일반의 의식이 쉽게 바뀌지 않는 한 새로 시행될 제도의 앞길은 험난하기만 하다. 범죄의 경중을 중시하는 기존의 관행에 따른다면 구속수사가 당연하지만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우려」라는 관점에서 보면 불구속 처리돼야 할 사건이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판사나 검사는 과감하게 영장을 기각 또는 불구속 지휘해야 한다. 그럴 때마다 과거의 관행에 익숙한 상당수 국민들과 사건의 직접적인 피해자들이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담당 판검사에게 의혹의 시선을 보낸다고 해 보자. 그래서야 어찌 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