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와 천혜의 대륙으로 선망되어 왔던 호주에 「아시아인들은 돌아가라」는 인종차별 열풍이 불고 있다. 수천명에 달하는 대만 유학생의 반이 호주학생들로부터 대만으로 돌아가라는 야유를 당한 경험이 있다. 합동훈련차 호주에 온 싱가포르 군인들도 이와 비슷한 멸시와 조롱을 받아 싱가포르 정부가 이를 문제삼고 있다. 중국 홍콩 베트남 등지에서 이민온 아시아 사람들도 비슷한 처지고 한국계 이민자의 자녀들도 학교에 가기를 꺼리는 실정이다. 이러한 인종차별 무드는 최근 한 여자 국회의원이 아시아인의 이민허용을 중단하라고 발언하면서 시작됐다. 특히 언론의 인종차별 무드 조장에 대한 일부 정치 사회계층이 반대의견을 표명하자 연방총리가 「호주는 언론의 자유가 있는 나라」라며 중립적인 태도를 취함으로써 인종차별 불씨가 열풍으로 확대된 것.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53% 국민이 이 국회의원의 발언을 지지했고 72%가 추가 이민제한을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호주의 외교정책을 보면 식민지 초기 「호주는 유럽의 일부다」에서 「미국의 일부」로, 이어 「아시아의 일부」로 바뀌었다가 이제는 「호주는 호주다」라는 정책을 취하고 있다. 올해 실시된 연방총독선거 당시 현 하워드 총독이 당선되면 아시아인에 대한 이민정책이 불리하게 바뀔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분위기가 있었다. 인종차별이 국제문제로 비화됨에도 불구하고 정부에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자 일부 국회의원들이 나서서 정부의 이민제한 법안을 부결시키고 인종차별반대 결의안을 통과시켜 일단은 응급조치를 취한 상태다. 호주총독도 『그 국회의원의 부모도 동구에서 이민왔다. 그가 아시아인에게 왈가왈부할 처지가 아니다』고 반이민분위기를 타박했다. 그러나 소수민족들은 여전히 다수 백인들의 습관적인 우월감과 차가운 눈초리 속에서 기죽어 지내고 있다. 더군다나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며 살아갈 소수민족 자녀들의 장래를 생각할 때 더욱 우울해질 수밖에 없다. 강 대 철(호주 시드니 무역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