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찬식기자」 한국화가 박대성씨(51)가 경주에 있는 우리 문화유산을 소재로 대형작품을 제작, 개인전을 갖고 있다. 27일 서울 관훈동 가나화랑(02―733―4545)에서 개막된 이번 전시회에는 불국사의 전경을 담은 가로 9m 세로 2m40 크기의 초대형 그림을 포함, 30여점의 신작들이 관람객을 맞고 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수백호 수천호짜리의 스케일 큰 그림들이 장내를 압도한다. 불국사이외에 남산석불 포석정 분황사 괘릉 계림 등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경주의 문화재들이 때로는 웅장하게, 때로는 서정적인 분위기로 묘사되고 있다. 『그동안 세계 여러 곳을 여행해 봤지만 경주처럼 질적으로 우수하면서도 많은 양의 문화유산을 보유한 곳은 찾지 못했습니다. 특히 경주의 문화재는 자연과 조화롭게 어울리는 점에서 극치를 이루고 있지요』 지난 94년 경주를 화폭에 담아보겠다고 결심한 그는 이후 2년여동안 경주에 살다시피하면서 그림그리기에 열중해왔다. 출품작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소재는 역시 불국사. 불국사 경내 곳곳을 오랫동안 살펴보면서 불국사 건물의 전체 형상이 용 모양을 하고 있다든지 보름달이 뜨는 날 석가탑과 다보탑 주변 모습 등 화가만이 잡아낼 수 있는 아름다움을 포착해 전달하고 있다. 불국사와 뒤편 토함산 석굴암을 함께 그린 「불밝힘 굴」이나 남산석불을 담은 「부처바위」같은 작품도 경주문화의 우수성을 예술적으로 승화시킨 작업이다. 이번 전시회가 미술애호가들의 눈길을 끄는 것은 박씨의 트레이드 마크격인 화려한 채색이 화면에서 사라지고 검은 색깔의 수묵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점이다. 박씨는 아울러 필선의 힘을 살리기 위해 모든 선을 한번의 붓질로 완성하는 단획기법을 사용하고 있다. 박씨는 『수묵은 여러 색채 가운데 가장 뛰어난 것으로 한국인의 심성과 정신세계를 나타내는데 아주 효과적인 재료』라면서 『당분간 채색을 피하고 수묵작업에만 몰두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회에는 박씨가 새롭게 시도하고 있는 문인화도 선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문양과 형상을 그림 한 가운데 배치하고 주변에 관련된 시구 등을 써넣은 것으로 장기적으로 이 내용을 심화시켜 나가겠다는 것이 박씨의 포부다. 전시는 12월7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