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사건에 휘말린 수많은 피해자들과는 달리 한국행꿈을 실현, 돈을 벌어 귀국한 뒤 여유있게 살고 있는 조선족도 적지 않다. 연길시 간담(肝膽)전문의원 원장 李鍾璇(이종선·70)씨도 한국에 갔다와서 형편이 크게 좋아진 경우다. 지난 91년 한달 수입이 1백원(元)에 불과한 병원의사직을 잠시 쉬고 친척방문케이스로 한국에 가서 6개월간 머물다 온 이씨는 간질환 중풍 담낭염 등 자신의 의료기술을 살려 한국돈 4천만원을 모아 귀국했다. 당시 이씨는 종로2가 여관에 자리잡고 침과 약재로 난치병을 치료했는데 용하다는 소문이 나자 알음알음으로 환자들이 몰려 짭짤한 수입을 올렸던 것. 연길에 돌아온 이씨는 이 돈으로 현재 살고 있는 40평짜리 맨션아파트를 14만원(한화 1천4백만원)주고 샀다. 출가한 두딸을 위해 집을 장만하도록 상당액을 나누어주었고 집에는 전화 컬러TV 오디오 등을 장만하는 등 중상류층 수준의 생활여건을 갖추게 됐다. 당시 인연으로 지금도 가끔 한국에서 환자들이 그를 찾아 오고 있다. 이씨는 『운좋게 일찍 한국에 갈 수 있었고 덕분에 자식들까지 모두 잘살고 있다』면서 『최근 한국인 사기꾼 문제로 동포들이 고통을 겪는 것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