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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강좌]「열린사회 아카데미」의 『행복한 고전일기』

입력 | 1996-12-01 20:01:00


「李光杓기자」 읽는 것보다는 보고 듣는 것 등 쉽고 편한 것만을 추구하는 세태에 「책읽기의 괴로움」을 감내하는 사람들이 있다. 열린사회문화연구소가 개설한 「열린사회아카데미」강좌 수강생들. 이들은 「국화와 칼」 「인간불평등 기원론」 「향연」 「국부론」 등 무겁기 그지없는 고전들과 씨름하고 있다. 지난 93년 가을 시작된 이 강좌는 2년과정(6개월 4학기)으로 현재 수강생은 1백50여명. 10월부터 내년3월까지 계속되는 이번 학기강의는 주 2회 이뤄지며 수강생은 편한 날 하루를 택해 강의를 들으면 된다. 강의내용을 담은 테이프를 우편으로 받아 공부하는 수강생도 있다. 이번 학기 강의 내용은 「한국인은 누구인가」(강사 최준식 이화여대교수) 「일리아드」(김상봉 그리스도대교수) 「하이젠베르크의 부분과 전체」(김용준 고려대명예교수) 「21세기 지평에서 본 돈키호테」(안태환 경희대교수) 「포스트모더니즘의 정치와 문화」(조민 민족통일연구원 책임연구원) 「세계문학사의 허실」(조동일 서울대교수) 등. 강사진이 2주전에 수강생들에게 교재 내용에 맞는 문제제기를 하면 수강생들중 1명이 발제문을 준비한다. 강의는 발제문 발표 강의 토론순으로 진행된다. 2년과정을 마친 졸업생중 20여명은 한층 수준높은 고전강독인 「열린사회과학원」(3년과정)에 참가하고 있다. 이번 학기 주제는 「자본론」. 수강생들의 직업도 다양하다. 의사 한의사 교사 기자 등. 강의를 듣기 위해 원주 등의 지방에서직접올라오는 사람도 있고 통신강좌수강생중엔대학교수도 있다. 이들은 왜 이런 고달픈 고전읽기에 뛰어든 것일까. 나재방씨(공무원·3학기)는 『논리적 사고력 향상, 지적욕구 충족뿐만 아니라 생활이 즐거워지고 인생목표가 분명해진다』고 말했다. 수강생들의 태도는 진지하기 그지 없다. 한의사인 박문현씨(4학기)는 『충분히 시간을 내서 책을 보고 사색도 해야하기 때문에 단기전이 아니라 장기전에 대비할 수 있는 긴 호흡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한페이지 발제를 위해 며칠밤을 고민하다보면 삶을 전체적으로 조망해보는 기회도 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들은 또 인간적인 만남을 통해 이론을 실천하려는 노력도 기울인다. 수요일 토요일 강의를 마치고 한자리에 모여 토론을 하는 수주회(水酒會) 토주회를 비롯, 영화모임 등산모임 등이 자발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이같은 만남으로 94년 수강생 커플이 탄생하기도 했다. 02―274―6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