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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화제]해외진출 스타 『세금 떼면 남는것 없다』

입력 | 1996-12-03 19:59:00


「李 勳기자」 스포츠 스타라면 누구나 「우물」을 뛰쳐나와 「큰물」에서 놀고 싶은 것이 꿈. 세계적 스타플레이어들과 함께 뛰는 것도 보람이지만 가장 큰 메리트는 역시 국내에선 꿈조차 꾸지못했던 고액 연봉. 그러나 눈이 휘둥그래질 만한 돈봉투를 손에 쥔 기쁨도 잠시. 절반 이상을 세금으로 뜯기고 나면 생각이 달라진다. 특히 독일이나 일본 등 사회보장제도와 누진세율이 높은 선진국에 진출한 스타플레이어의 경우 박탈감은 더욱 심하다. 일본 J리그 히로시마 산프레체에서 뛰고 있는 노정윤의 96시즌 연봉은 8천만엔(약 5억8천만원). 국내 프로축구 최고 연봉자인 하석주(1억5백만원·부산 대우)의 5배가 넘는 고액이다. 그러나 그는 지난해 이 액수의 55%인 3억3천8백여만원을 고스란히 세금으로 바쳤다. 한국의 4∼5배에 이르는 살인적인 일본 물가를 생각한다면 「크게 남는 장사」가 아니다. 96시즌 연봉 1억엔을 받은 선동렬(주니치 드래건스)이나 최근 J리그 오사카 세레소로 이적한 고정운(연봉 5억6천만원)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이들 역시 「연봉」의 절반이상을 뚝잘라 내놓아야 했다. 독일의 경우는 어떤가. 70년대 후반 분데스리가에 진출한 차범근은 당시 루메니게 브라이트너 등과 함께 1급 선수로 받은 연봉이 50만마르크(약2억7천만원). 하지만 여기서 소득세와 각종 보험료, 연금 등을 떼이고 나면 순수입은 절반이 안되는 45% 정도였다. 이 때문에 독일 스타플레이어들은 고향을 떠나 세금이 싼 이탈리아 혹은 스페인 리그로 진출하거나 아니면 테니스 스타 보리스 베커처럼 아예 세금을 피해 인근 모나코로 이주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 탈세 혐의로 아버지가 구속되는 곤욕을 치른 슈테피 그라프도 바로 살인적인 세금이 불씨. 게다가 이들 국가들은 승리 수당, 출전 수당, 우승 보너스, 격려금, 각종 상금 등 「가외돈」을 지급하는 한국과는 달리 부수입이 거의 없다. 따라서 한국에서 연봉 1억5천만원을 받을 수 있는 선수라면 그냥 「우물」안에 있는 것이 낫다는 소리마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