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내년 1월부터 교통사고를 일으켜 남을 다치게 해도 도주 또는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으면 구속영장 발급을 자제하고 불구속 원칙을 적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인권보호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선진화된 제도라고 본다. 그러나 우리의 교통현실을 감안한다면 우려되는 점 또한 심각하다. 작년 통계만 봐도 연간 교통사고 사망자는 1만3백23명이나 되고 부상자는 무려 33만여명에 이른다. 하루평균 30명 가까이 죽고 9백명 이상 다쳤다는 얘기다. 반면 이웃 일본을 보자. 차량대수는 7천만대로 우리의 7배나 되지만 연간 교통사고 사망자는 1만명 수준으로 비슷하다. 그런데도 일본은 「교통사고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새로운 대책을 강구하는 등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우리가 비록 경제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 해도 교통사고에서는 여전히 후진국을 면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오히려 강화해야 할 교통사고 사범에 대한 법적조치의 완화는 재고해야 한다. 교통사고 발생원인이야 다양하지만 무엇보다도 운전자의 조급한 마음과 준법정신 부족이 주원인으로 손꼽힌다. 교통법규위반으로 단속돼도 대부분 범칙금만 내면 해결되는 실정이다. 나아가 자동차보험에만 가입돼 있으면 남을 다치게 하더라도 음주운전 등 10대 중대법규 위반사고가 아닌한 「교통사고처리특례법」에 따라 형사책임까지 면제받을 수 있다. 물론 외형적으로 범법자를 줄일 수는 있겠지만 결국은 운전자의 안전운전 의식과 사고예방 노력을 감퇴시켜 교통사고를 증가시키는 근본요인이 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교통사고 운전자에 대해 불구속 원칙마저 적용한다면 어떻게 될까. 중대법규 위반사고로 남을 다치게 해도 생활에 아무런 제약이 없고 피해자 보상도 보험회사가 알아서 처리해주게 된다. 결국 피해자에 대한 도의적 책임감마저 망각하는 등 국민정서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다. 교통사고 가해자라 할지라도 구속않고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보장해준다는 면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운전자의 안전운전의식을 떨어뜨려 교통사고가 증가하고 피해자도 당연히 늘어나리라 예측된다면 법제도 자체가 합리성과 형평성을 잃고마는 셈이 된다. 교통사고를 줄이고 건전한 교통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은 우리의 시급한 과제다. 당연히 관련 법제도와 교통사고 운전자에 대한 대법원의 불구속 운용방안은 신중히 재검토돼야 한다. 장 종 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