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憲기자」노련미의 김택수(26·세계랭킹 8위)냐, 패기의 류구오량(20·세계랭킹 3위)이냐. 지난 4일 싱가포르에서 개막된 제13회 아시아탁구선수권대회는 중국의 전종목 석권여부가 관심을 모으는 가운데 7일부터 시작되는 남자단식 김택수와 류구오량간의 자존심을 건 대결이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류구오량은 「녹색테이블의 마녀」 덩야핑이 불참한 이번 대회 최고의 스타플레이어. 96애틀랜타올림픽 남자단식과 복식 두 종목을 모두 석권하며 중국의 에이스로 자리를 굳힌 「떠오르는 별」이다. 오른손 펜홀더 전진속공형의 류구오량은 다양한 서비스와 상대의 의표를 찌르는 변칙공격이 주무기. 펜홀더지만 라켓의 앞뒷면을 모두 사용하는 「양면타법」을 구사하기 때문에 상대하기가 무척 까다롭다. 16세 때인 지난 92년 중국오픈대회에서 당시 세계 최강이었던 발트너(스웨덴)와 김택수 등 기라성같은 스타들을 꺾으며 차세대기수로 부상한 이래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단식 2위를 차지하며 전성기를 예고했다. 랭킹상으로는 동료인 공링후이(1위)나 왕타오(2위)에 뒤지지만 올해 올림픽에 이어 열린 월드컵탁구대회까지 제패하며 최강의 자리를 다졌다. 류구오량은 김택수와의 역대전적에서도 4승2패로 우위. 이에 맞서는 김택수는 한국남자탁구의 대들보. 오른손 펜홀더전형으로 트레이드마크인 파워드라이브와 백핸드공격이 위력적이며 풍부한 국제경기경험으로 노련미도 갖추고 있다. 애틀랜타올림픽에서 류구오량에게 패해 동메달에 그쳤으나 최근 열린 올스타서킷 중국대회와 대만대회에서 류구오량과 공링후이 등 중국선수들을 연파하고 정상에 오르는 등 컨디션이 최고조에 달해 있다.문제는 류구오량의 변화무쌍한 서비스를 김택수가 적절히 받아낼 수 있느냐의 여부. 여기에 아킬레스건으로 꼽히는 소극적인 플레이와 막판 체력저하를 극복한다면 승산이 충분하다는 것이 한국코칭스태프의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