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다비〓李賢斗기자」 조직력 결여와 뒷심부족. 아시아 최강을 자부하던 한국축구가 제11회 아시안컵축구대회에서 예선탈락의 위기에 몰린 것은 바로 이 두가지 요인으로 압축할 수 있다. 36년만에 이 대회 우승을 노리던 한국은 11일 새벽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알 자이드경기장에서 벌어진 쿠웨이트와의 예선리그 A조 3차전에서 0대2로 완패, 승점 4(1승1무1패)로 조 1위에서 조 3위로 추락했다. 쿠웨이트와 동률을 이뤘으나 승자승, 골득실차에서 뒤져 조 3위로 밀린 한국은 이제 참가 12개팀중 8개팀이 겨루는 준준결승 진출조차 불투명한 상태가 된 것.현지 전문가들은 이같은 한국의 추락이 주전선수들의 잦은 교체로 인한 조직력 와해와 전반에 잘나가다 후반에 체력이 부족, 잇달아 실점을 허용하는 고질적 병폐를 지적했다. 한국은 실제 이번 대회 예선 세경기에서 모두 8명의 선수를 바꾸어 특유의 조직력을 제대로 살릴 수 없었다. 선수들이 자주 바뀌었던 것은 무엇보다 박종환감독의 당초 전략이 1차전부터 빗나갔기 때문. 박감독은 김주성을 스위퍼로 세우는 대신 공간패스가 날카로운 홍명보를 게임메이커로 기용함으로써 서정원과 고정운의 빠른 발을 최대한 활용할 방침이었다.그러나 박감독의 이같은 복안은 서정원이 독일 분데스리가 진출을 위한 입단 테스트관계로 뒤늦게 팀에 합류, 컨디션과 체력에서 난조를 보임에 따라 뿌리째 흔들렸다. 박감독은 홍명보 대신 유상철을 게임메이커로 기용해 보기도 하고 노상래 신홍기 하석주 등을 차례로 서정원의 자리에 투입하는 등 고육지책을 써보았으나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확실한 주전선수 11명이 눈빛만 보아도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있을만큼 조직력이 가다듬어져야 하는데도 그렇지 못했다는 것. 여기에다 한국선수들이 매경기 후반 집중력이 크게 떨어지는 등 체력에서 문제점을 드러낸 것도 추락을 가속화시킨 또 다른 원인 가운데 하나. 아랍에미리트와의 1차전에서 경기시작 8분만에 득점한 뒤 전반종료 5분전 동점골을 내주며 1대1로 비겼던 한국은 인도네시아와의 2차전에서 4대0으로 앞서다 후반에 거푸 두골을 허용했고 쿠웨이트와의 3차전에서는 후반에만 2실점해 완패한 것. 이와 함께 월드컵 본선 4회연속 출전, 2002년 월드컵 유치 등을 뽐내며 상대팀들을 얕보았던 자만심도 몰락의 원인이 됐다는 지적도 있다. ▼ 사우디-일본이 이란-중국 꺾을땐 8강 진출 제11회 아시안컵 축구대회 A조예선 3위(1승1무1패)에 그친 한국이 어떻게 하면 와일드카드를 확보, 8강에 오를 수 있을까. 8강 자력진출이 무산된 한국의 기사회생 가능성은 B, C조 나머지 예선경기에 달려있다. B조와 C조에서 각각 1위를 달리고 있는 사우디와 일본이 각 조 3위에 랭크된 이란과 중국을 꺾어준다면 한국은 8강에 진출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의 8강합류를 꺼리는 사우디와 일본이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상대팀에 지거나 비긴다면 상황은 복잡해 진다. 이럴 경우 13일 새벽에 끝나는 마지막 경기결과까지 지켜봐야 한국의 8강진출 여부가 판가름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