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宋平仁기자」 『자,입을 크게 벌리고 이렇게…』 지난달 22일 서울 강서구 화곡동 대한항공 객실훈련원. 신입여승무원들이 강사의 지시에 따라 거울을 보면서 입을 크게 벌려 큰 소리로 「아, 에, 오, 이」를 외치고 있었다. 「아」 소리를 낼 때는 손가락 세개를 모아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입을 크게 벌린다. 이번엔 눈동자를 좌우상하로 반복해 돌리고 눈썹 주위에 힘을 줬다 뺐다 한다. 턱을 좌우로 까닥까닥 움직여보고 코는 냄새를 맡을 때처럼 올렸다 내렸다 하기도 한다. 이 우스꽝스런 움직임들은 모두 「얼굴근육을 풀기 위한」 준비운동이다. 얼굴근육을 풀어야 「자연스런 미소」가 나온다는 강사의 설명. 충분히 얼굴 근육을 풀고난 뒤 이번에는 두 사람씩 마주보며 「위스키」의 「키」소리를 길게 발음해 미소짓는 얼굴을 만들어 10초에서 20초간 유지한다. 이 연습을 1시간 넘게 반복했다. 미소짓기훈련은 항공사 직원들 친절교육의 기본 중의 기본. 대한항공만이 아니라 아시아나항공도 여승무원들의 미소짓기훈련 등 기본적인 친절교육에 열심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의 서비스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이 생긴 후 아시아나항공에 가급적 고객을 덜 뺏기기 위해 서비스개선에 열심이고, 후발기업인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을 따라잡기 위해 더욱 서비스혁신에 열성이다. 양사의 서비스경쟁을 보면 「경쟁」이 아니라 바로 「전쟁」을 벌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난 95년11월 아시아나항공은 전화 한통화로 국내선 좌석의 예약에서 발권까지의 과정을 끝낼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 서비스에 들어갈 채비를 끝냈다. 이 시스템은 고객이 예약을 하고 신용카드번호를 알려주면 즉각 운임지불이 이뤄지기 때문에 항공권을 구입하기 위해 번거롭게 항공사나 여행사를 직접 찾아갈 필요가 없는 혁신적인 서비스였다. 이 사실을 뒤늦게 안 대한항공은 비상이 걸렸다. 대한항공은 전산센터 등 각부서에 비상을 걸어 철야작업을 강행하며 예약 발권 통합시스템 개발에 박차를 가해 아시아나와 거의 동시에 이 서비스를 실시하는데 겨우 성공했다. 하지만 너무 서둔 나머지 이 시스템으로는 장애인 공무원 등에 대한 할인운임을 적용하지 못하다가 지난 3월에야 비로소 이를 적용하는 해프닝을 빚기도 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작년 5월 항공사의 지상서비스에서 핵심적인 분야인 상용고객우대제도에서 비장의 카드로 「아시아나 매직마일스카드」를 내놓았다. 부모를 따라 여행하는 만2세에서 12세사이 어린이들이 많아지면서 이들에게도 여행거리 절반에 해당하는 마일리지를 누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 손님을 끌어 모으자는 취지다. 당시 외국항공사의 어린이 고객카드에 대해 연구를 진행해오다가 아시아나측에 허를 찔린 대한항공은 뒤늦게 지난 6월 「스카이패스 주니어」라는 카드를 만들어 어린이들을 위한 마일리지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양사의 주고받기식 서비스경쟁의 예는 또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94년4월 자사 마일리지카드인 「ABC카드」를 원하는 고객에게 공항에서 즉석 발급해주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마일리지카드 발급에는 보통 한달 가까이 걸렸으나 이를 즉시발급으로 개선한 것. 그러자 대한항공도 결국 이듬해 3월 「스카이패스카드」의 즉석발급을 시작했다. 지난 94년12월 아시아나항공이 먼저 삼성카드사와 손을 잡고 마일리지 제휴 서비스에 들어갔다. 대한항공은 선수는 놓쳤지만 지난 95년5월 국민 외환 비씨카드 등 가입자가 많은 신용카드사들과의 연속제휴를 통해 아시아나항공을 따라잡았다.양사의 이같은 「손님끌기 경쟁」은 결국 「요금인하경쟁」으로까지 발전한다. 대한항공은 지난 2월 『국내선 항공요금을 5% 인하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대한항공으로서는 연간 수백억원의 수입감소를 각오한 조치였다. 지난 90년 이후 서비스 개선경쟁에서 아시아나항공으로부터 수없이 잽을 맞아오던 대한항공이 이를 한꺼번에 만회하기 위해 날린 강한 스트레이트펀치였다. 이에 아시아나항공은 크게 당황했다. 대한항공이 국제선에서 버는 돈을 국내선에 쏟아부어 「아시아나 죽이기」에 나섰으나 아시아나측으로서는 덩달아 요금인하라는 카드를 내놓을 수가 없었다. 대한항공에 비해 아무래도 규모면에서 열세인 아시아나항공으로서는 연간 수백억원의 수입감소를 가져올 요금인하경쟁에 선뜻 뛰어들기가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아시아나항공은 고심 끝에 「가격이 아닌 서비스로 승부를 걸겠다」는 광고까지 내면서 버텼다. 그러나 국내선승객 수가 격감하면서 아시아나항공도 결국 한달이 안돼 여행사를 통해 서울∼제주 등 일부 국내선 항공요금을 5∼10%씩 할인하기 시작했다. 최근 아시아나항공은 『연말경 국내선요금을 5∼10%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유가급등과 원화절하에 따른 환차손부담증가로 고통을 겪다가 나온 대책이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은 『아직 우리는 국내선요금인상 계획이 없다』고 다소 느긋한 표정이다. 승객의 입장에서 가장 실감나는 양사의 서비스경쟁은 기내서비스. 그 중에서도 특히 기내식이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의 서비스경쟁에서 무엇보다 기내식에서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대한항공이 기내식의 100% 한식화를 표방하며 지난 92년 야심적으로 개발한 것은 비빔밥. 한국적 맛에 있어서나 신선도에 있어서나 최근 가장 인기있는 메뉴로 부상했다. 이후 퍼스트클래스의 경우 아침에는 북어국이나 죽(계절별로 조개관자죽 호박죽 미역죽)이, 점심이나 저녁으로는 비빔밥이나 따끈따끈한 국물이 있는 꼬리곰탕 도가니탕 삼계탕이 제공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간식으로 라면까지 끓여 준다. 비빔밥과 죽류 탕류는 비즈니스클래스에도 제공된다. 절기별로 설에는 떡국이, 추석 때는 토란국 송편 등이 주식중에 나오며 음료수로 수정과나 식혜가 나온다. 대한항공은 지난 95년 설 서비스부터 디저트로 케이크뿐만 아니라 찹쌀떡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객실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조사한 결과 승객들이 대부분 케이크를 먹지 않고 버리는 사실을 알아내고 찹쌀떡을 내기 시작했다는 것. 아시아나항공도 이에 질세라 지난 9월부터 퍼스트클래스의 경우 불갈비나 영광굴비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서비스경쟁 그 자체 만큼이나 치열한 것이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홍보전. 지난 10월 대한항공은 퍼스트클래스에 1백80도 뒤로 젖혀지고 머리편에 칸막이가 있는 침대형 좌석을 오는 12월 설치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사실 침대형 좌석 설치는 첨단기종인 B747―400기의 도입에 따른 것으로 아시아나항공도 이미 설치키로 계획하고 있던 것.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항공의 이 발표가 있은 직후 『한발 늦었다』며 통탄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