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26일 오후 동두천에서 부천으로 오려고 경원선을 탔다. 열차가 출발하자 몇몇 육군 병사들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고성방가와 박수를 치며 소란을 피웠다. 그들 손에는 캔맥주가 들려 있었다. 노래뿐만 아니라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이 말끝마다 이어졌다. 승객들이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던 중 마침 그때 한 위관장교가 그들에게 다가가 주의를 주었다. 그러나 병사들은 장교의 말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 장교는 군인들의 모자를 빼앗아 가지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그러자 병사중 한 사람이 위협적인 자세로 벌떡 일어나더니 성큼성큼 그 장교에게로 가 욕을 하면서 모자를 빼앗듯이 도로 가지고 오는 것이었다. 장교는 더 이상 시끄러워지는 것을 원치 않는지 민망스럽게 당하고 있었다. 군은 분명 위계질서의 사회다. 만일 이것이 무너지면 군의 존재는 유명무실해진다. 최전방에서 북한과 첨예한 대립상태에 있는 사병들의 스트레스를 이해한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위계질서는 지켜야 할 것 아닌가. 사병이 장교를 우습게 여기는 광경이 여간 실망스럽지 않았다. 김 성 훈(경기 부천시 중동 7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