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勳기자」 바람둥이 남자가 기묘한 약을 먹고 여성으로 둔갑해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담은 할리우드영화 「스위치」. 그러나 이같은 해프닝은 영화에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프랑스 여자 스키의 전설적 스타 마리엘 고이첼은 15일 국제스키연맹(FIS)으로부터 지난 66년에 열렸던 월드컵 알파인스키 선수권대회 여자 회전부문 금메달을 되찾았다. 30년만에 진실이 밝혀진 「스위치」소동은 66년 칠레의 포틸리오로 거슬러 올라간다. 64년 동계올림픽 대회전 금메달리스트인 고이첼은 월드컵에서 대회전과 복합부문 1위를 차지했지만 회전에서는 「복병」에 밀려 은메달에 그쳤다. 「대스타」 고이첼을 밀어내고 금메달을 따낸 선수는 오스트리아 출신의 에리카 쉬네거. 「그녀」는 이후 여러 국제대회에 참가, 뛰어난 성적을 올리다가 68년 프랑스 그르노블에서 열린 동계올림픽에서 덜미가 잡혔다. 약물 검사에서 쉬네거의 타액에 남성 호르몬밖에 없다는 사실이 발견된 것. 의사들은 쉬네거를 정밀진찰한 뒤 「그녀」의 체내에 남성 생식기가 자라고 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그러나 이는 쉬네거가 지난 88년 자신의 자서전에서 밝히기까지 비밀로 묻혀졌으며 「그녀」는 이후 성전환 수술을 받고 남자로서의 새 삶을 시작했다. 「그」는 66년 따냈던 금메달을 자서전 출간이후 고이첼에게 되돌려주려고 했으나 FIS가 이같은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바람에 지금껏 여자 회전부문 금메달리스트로 남아있었다. 그러나 15일 96∼97월드컵스키대회가 열리고 있는 프랑스 발 디제르에서 FIS회장 마크 호들러가 고이첼에게 금메달을 수여함으로써 이 세계적 해프닝은 30년만에 막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