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李賢斗기자」 아시아최강으로 자부해온 한국축구, 과연 「추락의 끝」은 어디인가. 온갖 수모를 당하며 와일드카드로 간신히 8강전에 턱걸이했던 한국축구가 중동의 벽을 넘지 못하고 당초 목표인 우승은 커녕 4강전에도 오르지 못한 채 참담한 패배를 당했다. 한국은 16일 부진만회의 승부처였던 이란과의 준준결승에서 전반에는 선전했으나 후반 고질적인 체력의 열세를 절감하며 다시 한번 철저하게 무너지는 전철을 밟았다. 한국의 「후반 졸전」은 아랍에미리트(UAE) 인도네시아 쿠웨이트와의 A조 예선에서도 그랬고 이란과의 8강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한국은 개최국인 UAE와의 예선 1차전에서 후반에 경기의 집중력이 떨어지며 무승부를 기록, 전력에 의문을 던졌다. 그러나 이때까지만 해도 현지전문가들을 비롯, 한국선수단은 선수들이 개막전이라는 부담 때문에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한국이 「종이호랑이」로 전락, 우승후보에서 제외된 것은 인도네시아와의 2차전 때부터. 대승을 장담한 한국이 인도네시아의 후반역습에 휘말려 두골이나 내주는 망신을 당한 것. 더욱이 쿠웨이트와의 3차전은 공격다운 공격 한번 제대로 해보지 못하고 0대2로 완패, 웃음거리가 되고 말았다. 결국 가까스로 8강전에 오르긴했으나 이미 크게 흔들렸던 팀전력을 안정시키지는 못했고 이란의 노도와 같은 공세에 밀려 또 다시 좌초하고 말았다. 국민들이 분노하는 것은 이번 대회에서 한국이 중도 탈락했다는 단순한 결과보다는 특유의 투지넘치는 조직플레이가 실종된 채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는데 있다. 한국축구의 주무기인 막판 끈기와 매서운 맛을 보여주지 못했고 무엇보다 국내 톱플레이어들로 구성된 대표팀이 후반만 되면 한심한 경기끝에 졸전을 거듭, 2002년 월드컵 개최국의 자존심이 여지없이 짓밟혔다는 점이다. 일부 간판급 선수들은 최선을 다하지 않는 불성실한 플레이로 일관, 전체선수단의 응집력을 떨어뜨렸으며 코칭스태프 역시 패인을 심판의 편파판정에 돌리는 등 책임전가에 급급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한국이 이번 대회 참가팀중 미드필더 진영이 가장 취약하다는 현지 전문가들의 지적은 바로 선수들이 최선을 다하지 않았고 코칭스태프의 전략도 잘못됐음을 말해주는 대목. 전문가들은 한국축구가 이번 대회에 임했던 것처럼 스스로 아시아 최강이라는 환상에 젖어 있는 한 내년에 시작될 98프랑스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에서도 「끝없는 추락」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