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겨울방학이 돌아온다. 동화 속같이 하얀 눈으로 덮인 겨울. 눈싸움을 하면서 스키도 타고 꼬리연을 날리는 겨울. 어린이들이 그리는 신명나는 겨울방학 모습이다. 그런데 왜 어른들은 이런 즐겁고 신나는 겨울방학을 어린이들에게 선물하지 못하는 걸까. 어린이들은 스스로의 의지와 상관없이 부모의 강요에 떼밀려 학원을 오가야 한다. 영어학원 피아노학원 속셈학원…. 놀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지만 부모의 욕심 때문에 어쩌지 못한다. 어린이들의 생각과 바람은 아랑곳없이 부모는 일방적으로 강요한다. 그동안 못한 공부를 더 확실히 보다 열심히 해야 한다고 몰아 세운다. 예전과 달리 요즘은 초등학교도 어린이들에게 일방적으로 방학숙제를 내주지 않는다. 이젠 방학책도 없다. 능력별로 부과하던 과제마저 억제하고 있다. 어린이들이 놀면서 자신의 능력과 희망에 맞는 과제를 선택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지도한다. 이런 방침은 그동안 일률적으로 강요하던 과제가 어린이들의 바람직한 성장 발달에 얼마나 해가 됐으며 방학의 참뜻과 얼마나 어긋나 있었는가를 감지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장 가까이에서 어린이들의 미래를 걱정하며 사랑하고 있다는 부모들은 왜 이런 참뜻을 모르고 있을까. 행여 알면서도 타의나 시류에 휘말려 용기를 내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어린이들은 결코 어른들의 희생물이 아니다. 부모의 대리만족물은 더욱 아니다. 순수하고 아름다운 생각으로 행동하는 어린이들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은 다름 아닌 어른들이고 부모들이다. 그러고도 그 상처로 방황하고 그릇되게 행동하는 어린이들에게 무조건 모든 잘못을 뒤집어씌우려고 한다. 어린이들은 우리의 미래를 밝히는 꿈을 심는 개체다. 또 독립된 생각과 행동을 할 수 있는 인격체다. 그러기에 어른들은 어린이들이 지닌 생각과 꿈을 이루는 일을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적당한 시기를 택해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 그것이 곧 방학이다. 겨울방학은 그동안 공부에 쪄든 어린이들의 머리식힘을 위한 휴식시간이다. 나아가 스스로 자신의 일을 선택해 만족을 이룰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기간이다. 언제까지나 추억으로 재생되는 소중한 시간을 축적해 나갈 수 있는 기간이 돼야 한다. 올 겨울방학에는 종일 떼지어 다니며 즐겁고 신나게 뛰노는 어린이들의 웃음소리를 들었으면 좋겠다. 그런 겨울방학을 선물하도록 모두 노력해보자. 방 원 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