全斗煥(전두환) 盧泰愚(노태우)씨의 비자금항소심에서 노씨의 비자금을 변칙실명전환해준 재벌총수 등에게 무죄가 선고 돼 일선 금융기관에 상당한 파장이 일고 있다. 이번 판결은 특히 은행감독원이 불법 차명거래에 대한 특별검사를 실시하고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금융권에서 주목하고 있다. 재판부는 노전대통령의 비자금 실명전환을 도와준 鄭泰守(정태수)한보그룹총회장과 李景勳(이경훈)대우회장의 업무방해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는데 이는 앞으로 실명제위반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줄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재판부가 정씨와 이씨를 처벌하지 못한 것은 현행 실명제의 근거가 되는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긴급재정경제명령」에 차명 도명 등 비실명거래에 대한 자체 처벌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금융거래시엔 금융기관직원이 거래고객의 실명을 확인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인데 이 규정에 의하더라도 금융기관은 돈의 실제 주인이 누구인지 까지를 확인할 필요는 없다. 따라서 일반인이 차명 등 비실명거래를 했을 때 처벌할 수 있는 자체 근거가 없는 셈이다. 이와 관련, 정부당국은 그동안 실명제를 위반한 일반인의 경우 형법(업무방해) 등 다른 법률로서 처벌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펴왔다. 이번 사건에서 검찰이 정씨와 이씨에 대해 적용한 법률은 형법상 업무방해조항이었다. 즉 대우와 한보그룹이 비자금을 자기돈인 것처럼 은행을 속이고 차명거래를 했으며 이는 예금주와 거래자의 실명을 확인해야 하는 금융기관업무를 방해했다는 논리였다. 이번 판결은 이런 논리를 부정한 것으로 이것은 앞으로 비실명거래에 대해 포괄적으로 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사라졌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재정경제원의 한 관계자는 『탈세라든가 명백한 범법을 목적으로 한 비실명거래에 대해서는 해당법률로 처벌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금융기관의 한 관계자는 『이번 판결로 차명거래에 참여한 사람들을 처벌할 수 있는 여지가 작아져 차명거래 등이 공공연하게 이뤄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白承勳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