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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비종교 긴급진단/해악과 후유증③]

입력 | 1996-12-17 21:16:00


박모씨(52·서울 중랑구 면목동)부부는 결혼 20년이 넘도록 부부싸움 한번 해보지 않은 잉꼬부부였다. 내성적인 성격의 부인 김모씨(48)는 공무원인 남편의 적은 봉급을 쪼개 알뜰하게 살림을 꾸려왔고 아들 딸도 곧게 키워 주변의 칭찬이 자자했다. 그러나 지난해초부터 김씨가 신경성 관절염을 앓기 시작하면서 가정에 문제가 생겼다. 김씨는 병원에 다녀도 차도가 없자 모 신흥종교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차츰 밖에 있는 시간이 많아 지더니 철야기도를 이유로 외박이 잦아졌고 지난해 9월에는 아예 집을 나가 경기도에 있는 한 선교원으로 들어가버렸다. 박씨는 할 수 없이 부인 김씨를 강제로 정신병원에 입원시켰다. 그후 한달만에 퇴원은 했지만 김씨는 예전의 아내가 아니었다. 결국 박씨는 부인의 요구에 따라 이혼을 했고 부인은 이혼 후 다시 선교원으로 돌아갔다. 사이비종교의 해악은 이렇듯 순식간에 한 가정을 파괴시킨다는 점이다. 국제종교문제연구소 卓志元(탁지원)소장은 『어처구니 없는 교리를 믿게 하기위해 사이비종교는 신도들에게 모든 인간관계를 끊도록 강요하고 있다』며 『그 과정에서 가정은 파괴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부부가 모두 사이비종교에 빠진 경우 어린이들은 자신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사이비종교의 억울한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부모가 종교에만 빠져 아이들을 거의 방치하다시피 하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이다. 박모씨(45·여·서울 강남구 청담동)는 사이비종교에 한번 발을 잘못 들여 놓아 전재산을 날렸다. 박씨는 지난 85년 모 신흥종교에 빠져들면서 남편 몰래 집까지 처분, 헌납후 결국 남편과 이혼하고 교단이 운영하는 농장에서 일하다가 지난해 겨우 빠져나왔다. 교주에게 그동안 바친 재산을 돌려달라고 요구했으나 『살아서 나가는 것만도 고마운 줄 알라』는 협박만 받았다. 박씨는 현재 서울에서 파출부로 일하며 혼자 살고 있다. 박씨는 그래도 나은 편이다. 사이비종교의 「사슬」을 끊고 싶어도 교단의 협박이 두려워 교단측이 운영하는 농장 수련원 공장 등에서 강제노역에 시달리는 사람이 한두명이 아니다. 박씨는 『교주 심복들의 협박은물론이고일단밖으로 나와 살더라도 다른 신도들이끊임없이찾아와다시 돌아갈 것을 요구한다』며 『빠져나와도 예전의 평온한 생활로 돌아가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서울대 李容弼(이용필·국민윤리)교수는 『사이비 종교에 빠져드는 사람들은 이미 사회적응에 실패했거나 극단적인 심성을 가진 사람들이기 때문에 일단 빠져나왔다가도 또다른 심리적인 도피처를 찾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李炳奇·金靜洙기자〉 |끝|